"금리인하전 막차 타자"…채권에 꽂힌 개미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4.03.25 17:40:09 I 수정 : 2024.03.25 19:47:34
삼성증권 장외채권시장 분석
세부담 작은 저쿠폰채권 각광
개인 하루 2200억 채권 순매수






채권 개미들이 제로금리일 때 발행된 '저쿠폰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기대감에 자본(매매) 차익을 노릴 수 있으면서 표면금리가 낮은 장기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5일 코스콤·삼성증권에 따르면 장외 채권 시장에서 지난달 말 기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국고채는 30년물인 국고20-2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는 총 3조4161억원을 보유 중이며 발행 잔액 대비 비중은 7.91%다. 20년물인 국고19-6도 개인투자자는 2조973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발행 잔액 대비 비중은 26.87%에 달한다. 지금껏 채권 시장 역사상 개인투자자가 국채 비중을 발행 잔액 25% 이상으로 보유한 적은 없었다.

국고20-2와 국고19-6은 소위 슈퍼리치(고액 자산가)가 즐겨 매수하는 채권으로, 물량을 구하기 힘들어 증권가에서는 '스타 채권'으로도 불린다. 국고20-2, 국고19-6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1월 말 대비 각각 1.1%포인트, 1.2%포인트 늘었다.

저쿠폰 채권은 대체로 제로금리 시절에 발행된 표면금리가 낮은 상품을 뜻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저쿠폰 채권의 현재 가격은 발행 당시보다 많이 하락한 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개인투자자가 금리 하락 시 자본 차익을 볼 수 있는 저쿠폰 채권에 눈독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굴리는 자금 규모가 큰 고액 자산가는 세금 부담을 경감하려고 저쿠폰 채권을 찾는 사례가 많다. 현재 채권 이자 수익은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자본 차익은 비과세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잡혀 최고 49.5% 세율이 적용된다. 저쿠폰 채권은 표면금리가 낮아 이자 수익이 적다. 고액 자산가는 이자를 줄여 세금 부담을 최대한 낮추면서 자본 차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중 잔액이 1%포인트 이상 증가한 채권은 모두 2019~2021년 발행되고 쿠폰 금리가 1.125~1.875%로 낮은 저쿠폰 채권"이라며 "저쿠폰 채권의 세후 수익률 강점은 개인투자자의 채권 시장 유입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장외 채권 시장에서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2월 개인투자자는 채권을 총 4조2464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은행, 자산운용사, 외국인 투자자 다음으로 많다. 일평균 순매수액은 2235억원으로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2022년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월평균 채권 순매수액은 8500억원에 불과했다. 현재는 순매수액이 5배가량 증가하며 채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물 채권은 발행 당시보다 금리가 올라 가격이 하락했더라도 만기 보유 시 원금을 건질 수 있다는 게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만약 현재 가격이 급락한 채권을 중도 매수해 만기까지 가져가면 매수가와 발행가 간 차액만큼 자본 차익을 얻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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