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사수" 황금낙하산 챙기는 기업들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입력 : 2023.02.16 17:51:07
중소·중견기업 207곳 도입
거액 퇴직금·스톡옵션 설정
적대적 M&A 방어하는 전략
초다수결의제 채택도 급증








주주행동주의와 적대적 인수·합병(M&A) 확산으로 경영권 위협을 느낀 중견·중소기업들이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대거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에 의뢰해 국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203곳을 조사한 결과 405곳(18.4%)이 정관에 1개 이상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중소기업이 367곳으로 대기업(30곳)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중견·중소기업 257곳이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했다. 이는 상법상 요건보다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강화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법이다. '황금낙하산'을 채택한 곳도 207곳에 달했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M&A로 임원이 임기 전에 물러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이나 스톡옵션을 주는 제도다. 비용 부담을 키워 인수 시도를 무산시키려는 장치다.

또 이사 자격 제한과 시차임기제를 도입한 중견·중소기업은 각각 23곳, 7곳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 적대적 M&A 목표가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최근 들어 주주행동주의가 거세지면서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일수록 경영권 위협을 느끼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황금낙하산은 2곳, 초다수결의제는 10곳만 도입했다. 그나마 시차임기제(15곳)를 채택한 곳이 눈에 띄는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경영권 위협이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황금낙하산 같은 현행 제도는 효과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리며 공격하는 국내외 헤지펀드 위협에 오히려 대기업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기업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적대적 M&A 시도가 기업의 중장기 가치에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존 경영진은 효율적 방어 수단이 없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경우 경영권 공격 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포이즌필'이나 단 1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황금주'와 같은 강력한 방어 수단이 있지만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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