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으로 앉아서 1조8천억 꿀꺽…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니
김명환 기자(teroo@mk.co.kr)
입력 : 2023.02.20 14:25:55 I 수정 : 2023.02.20 18:26:15
입력 : 2023.02.20 14:25:55 I 수정 : 2023.02.20 18:26:15
증권사 예탁금 수입 4년간 1.8조
고금리에 1.94% 안정적인 이익
고금리에 1.94% 안정적인 이익
국내 일부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려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제동이 걸린 가운데, 증권사들이 최근 4년간 고객의 예탁금으로 1조8000억원 넘게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논란이 있는 증권사들의 성과급에 대해 금감원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는 등 금융당국의 시선이 따가운 와중에 이른바 ‘앉아서 돈 번 격’이 상당한 규모라 주목을 받는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고객 예탁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2조4670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증권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신탁 또는 예치된다. 한국증권금융은 이 예탁금을 투자해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한다.
즉, 증권사는 예탁금 운용에 따른 별다른 위험 부담 없이 고객이 맡겨둔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또는 예탁하는 것만으로 안정적 이익을 거두는 구조인 셈이다.
양정숙 의원실은 “증권사 수익은 고객 예탁금 규모가 크고 금리가 높을수록 유리한 구조인데 최근 금리 상승에 이어 증권사 예탁금 규모 또한 많이 늘어나 증권사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고 꼬집었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벌어들이는 예탁금 수익률은 최근 4년간 최고 1.94%, 최저 0.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별로 금액은 2019년 4513억원, 2020년 4410억원, 2021년 5012억원이었다가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2022년에는 1조735억원의 이익을 거두는 등 4년간 총 2조467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체 이익 중 5대 증권사의 추정 수익은 1조4758억원으로 59.8%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금은 증권사 예탁금 규모에 따라 매년 동일한 이율을 적용해 고스란히 증권사에 분배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개인별 예탁금 액수와 당해연도 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2020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예탁금 액수가 50만원 미만일 경우 평균 이용료율은 0.1~0.2% 수준이다. 50만~100만원 미만은 평균 0.2~0.3%, 100만원 이상일 때는 평균 0.2~0.4%로 평균 0.2%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4년간 증권사들이 예탁금으로 챙긴 수익률이 최저 0.8%에서 최고 1.94%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고객에게 수익금을 되돌려 주는 비율은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예탁금으로 고객에게 지급한 금액은 2019년 1739억원, 2020년 1235억원, 2021년 1020억원, 2022년 1970억원 등으로 4년간 총 596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5대 증권사가 지급한 금액은 3379억원으로 전체 지급액 중 56.6%를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2017년~2021년 영업이익은 38조3868억원에 달했다. 2022년의 경우 3분기까지 5조6385억원의 이익을 냈다.
양 의원은 “증권사들은 고객이 맡겨 놓은 예탁금으로 위험부담 없이 4년 만에 2조원 가까운 이익을 벌어들였다”며 “이익 금액을 예탁금 주인인 고객에게 적정하게 돌려주도록 이익 배분에 관한 가이드라인 또는 증권사별 공시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금감원이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성과급을 3년간 나눠 지급하는 ‘증권사 성과급 이연제도’와 손실발생시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 채택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진행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살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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