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아 불법 사채 내몰릴 위기…최저신용자 위한 ‘햇살론’ 2.5조 감소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입력 : 2024.05.28 08:34:35
입력 : 2024.05.28 08:34:35
햇살론 등 서민금융 대위변제율 급등
올들어 대위변제율 7배 치솟은 상품도
정책금융 부실 현실화되며 기피현상
올들어 대위변제율 7배 치솟은 상품도
정책금융 부실 현실화되며 기피현상

이자 부담이 크고 신용점수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론 이용이 급증한 배경에는 서민정책금융의 위축이 있다. 저축은행은 조달금리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여신을 줄이고 있고 햇살론 등 서민정책금융상품의 집행도 줄고 있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이나 정책금융의 대안으로 카드론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서민금융상품의 연체가 높아져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와 금융사들이 재원을 출연해 중·저신용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햇살론과 같은 서민정책금융상품은 신용점수가 하위 50%인 중·저신용자들에겐 희망이지만, 경기부진 등으로 연체가 늘면서 정책금융이관이 차주대신 은행에 갚아주는 대위변제율이 급증해 예산 책정과 집행에도 장애물이 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햇살론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소액생계비대출, 미소금융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7조157억원이 집행됐다. 그러나 2024년 공급계획은 80% 수준인 5조7800억원에 불과하다. 서민정책금융의 특성상 연초 계획보다 실제 집행실적이 더 많기는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 집행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기형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햇살론 신규대출액은 2022년 2분기~작년 1분기 8조428억원에서 작년 2분기~올 1분기에는 5조5205억원으로 2조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경기부진에 고물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늘어나는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서민금융의 집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금융진흥원은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정책금융 상품에 보증을 지원하는 기관인데,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이미 나간 정책금융 상품의 대위변제율이 급증하고 있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차주가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2.7%로 지난해 처음으로 21.3%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1.4%포인트가 뛰었다.
다른 햇살론 상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햇살론 유스’의 2022년 대위변제율은 4.8%였지만, 작년 9.4%까지 2배 뛰었다.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율은 재작년 1.1%에 불과했지만 1년 만일 2023년 말 7.3%포인트 상승해 8.4%를 기록했다. 서민정책금융 중 가장 비중이 큰 근로자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은 작년 12.1%로 집계됐다. 그 전해에 비해 1.7%포인트나 올라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에 출연해야할 정부 재원이 한정적인 반면, 기존에 나간 햇살론 등 정책금융 부실이 현실화되며 이를 갚아줘야할 대위변제 금액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신용취약계층 대출 공급이 민간 금융의 선의에 기대기엔 한계에 봉착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민금융진흥원은 해 햇살론 공급목표를 전년 대비 1조500억원 줄어든 5조원으로 내세웠다. 햇살론을 포함한 전체 서민정책금융 목표를 다 합쳐도 5조7800억원으로 직전해 실제 집행액보다는 1조200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고, 2023년 초 세운 목표액(5조9300억원)보다도 1500억원 가량 낮게 설정됐다.
특히 신용점수 최하위 계층 신용자에 대한 지원액도 함께 줄어 이들의 돈줄이 막힐 우려가 더 커졌다. 20% 이상 고금리 대출 이용이 불가피한 최저신용자에게 자금 지원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햇살론15의 경우 지난해 1분기 4762억원이 지급됐지만 올해 1분기에는 2371억원을 기록하며 절반 넘게 떨어졌다. 또 신용점수 하위 20% 이하에 대한 전체 햇살론 지원금액은 지난해 1분기 1조7032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8299억원으로 감소하며 비중도 66%로 줄었다.
중·저신용자들의 주요 이용처인 저축은행의 경우 고금리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여신을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 가계대출 여신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 39조9244억원에서 올 1분기 말에는 38조4591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새 1조4600억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정책금융과 저축은행의 문턱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선택지가 카드론과 대부업체로 좁아지는 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카드론 금리는 12.24%~16.74%에 형성돼 있다. 신용점수 700점 미만인 회원에 대해서는 14.12~17.71%를 받고 있다. 대부업체의 경우 대부분 법정 최고이자율(20%)에 가까운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저축은행의 영업 정상화가 이뤄지고 본래 역할인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최근 신용사면, 금융사 정책금융 출연요율 인상 등과 같이 여러 정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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