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들어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카드·캐피털사가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가 역대급 규모로 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가 3조3376억원 순발행됐다.
올해 1~4월 4개월간 총 1조3042억원 순발행되는 데 그쳤지만 이달 들어 발행이 급증했다. 월별 순발행액 규모가 3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카드사는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 중 70%를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최근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수요가 늘면서 카드사도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누적된 전업 8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카드론 잔액은 약 3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5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이 가계대출을 줄인 여파로 1금융권 대출이 안 나오는 분들이 카드론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카드론 대환도 늘어나고 있어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며 캐피털채 발행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PF 연착륙을 위해 지난 13일 새로운 사업성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최하위인 '부실 우려' 등급을 부여받으면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용등급 AA 이하 캐피털사가 보유한 브리지론 중 61%가 인허가 미완료 사업장에 나가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캐피털업계의 부동산PF 예상 손실액을 최대 5조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캐피털사가 추가 적립해야 할 충당금도 최대 3조5000억원이라고 짚었다.
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돼 자금 조달에도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가 4.9%대에 육박했지만 현재 3.75%로 내려와 있다.
반면 회사채 발행은 소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채는 1조9389억원 순상환됐다.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에도 회사채는 3조9055억원 순상환됐다.
통상 2분기는 계절적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이 뜸하지만 올해는 특히 총선 전에 미리 발행한 곳이 많아 한산한 시장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올 1분기 회사채 순발행액은 14조6109억원으로 분기별 역대 최대 규모였다.
1분기 증액 발행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이 당분간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 대규모 순발행으로 4월 만기 대비 발행이 크게 감소한 이후 5월에도 1분기 검토 보고서 제출에 따른 계절적 요인으로 발행이 크게 감소했다"며 "8월 중순까지는 휴가 시즌과 반기 검토 보고서 제출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