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으로 돈 좀 버나 했더니, 찬물 끼얹나”…개미들 ‘멘붕’ 빠진 이유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4.06.21 00:11:58
[사진 = 연합뉴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수요도 위축시킬 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개인의 존재감이 커졌지만 이런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색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은 국내 채권을 21조원 가량 순매수했다. 2022년만해도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가 4조원대에 불과했는데 2년 사이 5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 올들어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12조원을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 채권시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채권은 비과세 매력이 높은 투자 상품이다. 채권 투자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자수익과 매매차익 두 가지다. 현행 소득세법상 채권을 직접 매수한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15.4% 세금을 부과하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적용한다. 이로 인해 매매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저쿠폰채가 절세 투차저로 각광 받아왔다.

금리가 인상되기 전인 2020~2021년 당시 표면금리가 낮게 발행된 저쿠폰채는 유통시장에서 액면가인 1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만약 쿠폰금리가 1%인 채권을 7000원에 샀다면 만기 때 원금 1만원과 이자 100원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자본차익 3000원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되고, 이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하지만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에 도입된다면 이러한 매매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채권 양도소득 공제 한도는 연 250만원으로, 이를 초과한 매매차익의 22%(3억원 이상은 25%)가 세금으로 매겨진다. 채권 투자의 절세 매력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발행됐던 저쿠폰채 가격이 60~7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 만기가 가까워지면서 자본차익에 대한 투자자 기대가 큰데 여기에 세금이 매겨진다면 저쿠폰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금리 환경에서도 채권은 쏠쏠한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떨어져 저가 매수에 유리해서다. 또 고금리로 발행되는 채권의 경우 이자수익 매력도 있지만 추후 금리가 내려가면 반대로 채권 가격이 올라 매매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처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채권 투자가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금투세가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 수요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5월 발행된 GS건설 회사채, 한국자산신탁 회사채를 비롯한 일부 채권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는 팔지 못했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리테일 창구에서 완판되기도 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금투세 도입시 신규 채권 매수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며 “특히 채권시장 수급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일정 부분 수요기반을 형성해 주던 개인의 투자 위축으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을 낮춰주던 효과가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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