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일류대 졸업했는데…금융교육 안돼서 패가망신하는 사람 많아"

"일류대 출신이라고 일 잘하지 않아…열정이 중요""모임에 나가면 자식·건강·돈 자랑 하지 말아야"
윤근영

입력 : 2024.06.21 06:00:20 I 수정 : 2024.06.21 08:47:20
[※편집자 주= 강창희 행복1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인터뷰 기사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7일 [삶] "공기업 퇴직후 아파트경비 취업…아내가 도시락 싸주며 좋아해"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기사는 13일 [삶] "생활비 모자라 강남 집 팔자 했더니 아내가 결사반대한다네요"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강창희 대표
[촬영 홍지희]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일류대학을 졸업해도 자산관리와 금융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류대 출신 중에는 직장에서 일은 하지 않고 주식투자에 '몰빵'을 하다 쫓겨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혼당하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게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강창희(77)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지난달 16일과 29일 연합뉴스와 두차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의 영어와 수학 성적에만 관심이 있고, 중고등학교도 금융교육을 제대로 안 한다"면서 "직원 책임형인 DC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한 기업들조차도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직원들에게 교육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가정, 학교, 직장에서 자산관리와 금융, 경제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이런 교육이 일류대 졸업장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난 강 대표는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에 한국증권거래소, 대우증권에서 일했다.

1998년에는 현대투자신탁운용 사장, 2000년에는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이 됐다.

그다음에는 미래에셋그룹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지냈다.

지난해부터는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로서 노후 설계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1988년 일본증권업협회 한국 사절단 단원과 함께(앞줄 가운데가 강창희 대표)
[강창희 대표 제공]

--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나는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특정 업무를 할 때 다른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마감의 힘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해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서 할 수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일본에서 근무할 때 길을 가다 리크루트라는 유명회사 정문에 붙어 있는 사훈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을 바꿔나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려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려지는 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 나는 학창 시절 영어를 잘 못했던 사람이다.

직장에 들어와서도 영어 공부를 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약점을 가릴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해외 영업소장의 경우 다른 사람들은 뉴욕, 런던 등 영어 지역을 선호했지만, 나는 도쿄를 선택했다.

그곳에서는 영어를 못해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설명회에 모인 학부모들
[연합뉴스 사진]

-- 정년 연장과 재취업은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 후배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경쟁자로 비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좋다.

--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듯한데.

▲ 미국에는 NPO(비영리단체)가 200만개나 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체 취업 인구의 10% 정도다.

미국 LA에 내 친구가 살고 있는데, 그는 그곳에서 노숙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NPO 일을 한다.

저녁에는 유지들로부터 빵이나 기부금을 받고, 낮에는 그걸 노숙자들에게 나눠준다.

처음에는 그 일을 하면서 무섭기도 하고 더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들과 같이 놀고 어울린다고 한다.

-- NPO에서 일하면 급여를 받지 못하나.

▲ 급여가 있지만 많지 않다.

현역 시절의 30∼40% 정도다.

그렇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하니 삶에 활력이 생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강창희 대표
[홍지희 촬영]

-- 본인의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 오래전에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절제했다.

그 이후에 전립선암이 왔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고 치료를 마쳤다.

아내는 직장암이 폐로 전이돼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하느라 고생했다.

지금은 괜찮다.

-- 본인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언제였나.

▲ 지금이라고 본다.

우선 불안하지 않다.

일에서 내가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고 역할이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건강이 허락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자산관리 관련 공부를 하고 강의를 계속했으면 한다.

(취재지원 홍지희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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