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데이터' 푸는 이통3사, 급한 불 끌까
입력 : 2023.02.22 15:18:55
제목 : '무료 데이터' 푸는 이통3사, 급한 불 끌까
중간요금제 대신 '보여주기식 정책' 지적[톱데일리] 국내 이동통신 3사(이하 이통3사)가 다음 달 이례적으로 무료 데이터 혜택을 제공한다. 고가의 통신 요금 시스템을 개편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따른 조치지만, 중간요금제 등 실질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임시 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윤 대통령 질타에 꺼내든 '무료 데이터'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오는 3월 한 달간 고객들에게 데이터를 무료 제공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KT는 연령에 따라 데이터 30GB, LG유플러 스는 고객이 가입한 요금제에 해당하는 데이터의 2배를 제공한다.
경쟁 구도에 있는 이통3사가 합심해서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데이터 30GB는 한 달 동안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같은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내에서 HD급 고화질 동영상을 30시간 가까이 즐길 수 있는 용량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어려운 경제 환경 하에서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무료 데이터 제공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KT도 "물가와 금리 인상 등 어려운 경제 상황 반영", LG유플러스는 "치솟는 물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통3사가 무료 데이터 제공이라는 이례적 행보에 나선 것은 국민 통신요금 부담 경감을 위한 조치의 일환이지만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통신요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타도 있었던 만큼 신규 정책 마련은 불가피했다.
이통3사는 지난 15일 무료 데이터 제공을 골자로 '가계통신비 경감을 통한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 금융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싸늘한 고객 반응, 통신비 경감 효과 '반쪽'
정부는 직접적 수혜 대상이 약 3373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통3사가 강조한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통신비 절감을 위해선 혜택 기간에 한해 요금제를 일시적 낮춰야 하지만, 요금제 변경에 따른 위약금이나 결합조건 변경 등이 요금 감면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추가 데이터의 이월을 허용하지 않고 3월 중 소진하도록 한 점도 불만으로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무선 데이터 이용량은 LTE 가입자 8GB, 5G는 27GB 수준이다. 데이터가 남더라도 4월로 이월되지 않아 반짝 혜택에 그친다.
게다가 추가 데이터 제공으로 수혜를 보는 국민은 대부분 3G, LTE 기반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이 대다수 포진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추가 데이터를 받기 위해 직접 URL에 접속해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혜택의 문턱을 높인다.
이통3사의 무료 데이터 제공이 사실상 실질적 통신비 절감 효과를 낼 중간요금제 부재를 잠재울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 직접 나서 통신 요금 구간을 세분화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 등 신규 5G 요금제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 논의가 없다.
지난해 8월 정부 방침에 따라 SK텔레콤 24GB, KT 30GB, LG유플러스 31GB 중간요금제를 각각 6만원 안팎으로 출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반쪽짜리' 요금제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당초부터 제기된 중간요금제의 핵심 구간이라고 할 만한 40~100GB 상품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과방위 소속 윤두현 의원실이 지난 9월 전문 업체에 의뢰해 1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바람직한 중간요금제 데이터 양은 월 40GB 이상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현재 이통3사가 운영하는 중간요금제에 대해선 응답자의 68%가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1일 "요금제 선택폭이 작아 고가의 요금제를 어쩔 수 없이 쓰는 소비자가 많다"며 "이미 매월 사용하지도 못하고 남아도는 데이터가 많은데 30GB를 추가로 제공받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 5G 중간요금제 출시 안 하나 못 하나?
그간 이통3사가 중간요금제 출시에 소홀했던 이유는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APRU는 SK텔레콤 3만495원, KT 3만3542원, LG유플러스 2만9091원으로 3사 평균 3만1043원이다. LTE 서비스가 한창이던 당시 3만6000원과 비교하면 고객당 5000원씩 수익성이 떨어진 셈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5G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설비투자(CAPEX) 비용이 지속적으로 나가는 점은 부담 요소다. 5G를 상용화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이통3사가 집행한 CAPEX 규모는 30조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약 15조원의 2배가 넘는 규모의 비용이다.
또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28㎓ 대역에서 기지국 의무 구축 미달로 해당 주파수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출혈이 있었다. 앞서 KT는 주파수 이용권에 대해 1909억원, LG유플러스는 1942억원 각각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5월까지 주파수 이용이 시한부로 주어진 SK텔레콤은 1860억원 손상처리했다.
다만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4조3835억원으로 2년 연속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현재는 중간요금제를 반대할 명분이 크게 사라진 상황이다. ARPU 축소에도 불구하고 5G 이용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5G 가입자 수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700만명 이상 증가한 2806만명으로 집계돼 국내 총 인구수(5144만명)의 절반을 넘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에 나온 중간요금제 출시 여파가 아직 통신사 실적에 제대로 반영된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중간요금제 확대가 통신사들에게 시기상조일 수는 있겠지만 처음부터 요금제 세분화가 제대로 설계됐어야 했던 만큼 요금제 개편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상반기 내 40~100GB 구간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를 목표로 하고, 기간 선택 요금제와 시니어 연령대별 혜택을 세분화하는 등 고객 선택권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니어 요금제를 운영하는 LG유플러스는 22일 일부 5G 요금제를 개편했다. SK텔레콤과 KT는 다음 달 관련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20일 통신시장 경책촉진 정책방안 TF 회의에서 "그동안 통신비 부담 완화를 노력했지만 국민 요구와 해외 사례 등과 비교할 때 객관적 평가에 미치지 못했다"며 "5G 중간요금제를 상반기 중, 5G 시니어 요금제를 다음 달까지 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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