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공개매수 끝나면 주가 빠지나…향후 관전포인트는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입력 : 2023.02.27 12:43:27
현대엘리·샘표 등 공개매수 직후 주가↓
카카오 신주우선권…법원 판단도 변수
내달 말 주총서 이사회 전원 물갈이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전광판에 소속 가수들 광고가 나오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에스엠을 두고 엔터업계 1위 하이브와 모바일 최강자 카카오간의 ‘쩐의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하이브가 에스엠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 마감이 내일인 28일,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7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에스엠의 주가는 12만2500원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인 12만원을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25%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겠다던 하이브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불과 두달새 60% 가량 뛰면서 12만원대에 자리잡은 에스엠 주가가 공개매수 마감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다. 또 이번주 후반 법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의 판결이 경영권 분쟁의 첫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어 다음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에스엠 주식의 70%를 보유한 소액주주의 표심이 어느쪽으로 기울지도 관심사다.

공개매수 끝나면 주가 빠진다…에스엠도?
적대적 M&A에서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공개매수 시작과 함께 단기 급등한 주가가 공개매수 마감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패턴이다.

투자심리 측면에서 공개매수에 돌입하는 시점에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공개매수가 끝나면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승부의 추가 기우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단기적인 수급 공백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상으로 한 KCC가 공개매수에 나선 사례가 있다. 당시 공개매수 마감 직후 주가는 4만100원이었지만 1주일 후 주가는 3만7200원으로 7.23% 하락했다. 2008년 샘표식품(현 샘표)도 공개마감 종료 이후 1주일새 주가가 2만6700원에서 2만4200원으로 9.36% 떨어졌다.

2017년 에이블씨엔씨도 6.05% 하락했다. 현재 에스엠의 경우처럼 시장가가 공개매수가격보다 높았던 샘표식품과 에이블씨엔씨는 공개매수 마감 직후 거래일에 주가가 각각 11.00%, 3.44% 하락하기도 했다.

하이브와 카카오간의 지분 매입 경쟁이 더 심화되는 경우 에스엠의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7만6000원선이던 에스엠 주가는 불과 두달새 60% 넘게 단기 급등해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실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았고 카카오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여론전에 집중하면서 주주총회 표대결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출처 : 연합뉴스]


카카오 유증은 주주 차별?…법원의 판단은
이수만 전 총괄은 에스엠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이에 반발해 유증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에스엠 경영진이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것이 이 전 총괄측의 주장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번 주 후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내일인 28일까지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의 유상증자 기일은 내달 6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무난한 기각, 즉 현 경영진의 승리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상법상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다수였다.

유상증자로 최대주주인 이 전 총괄(현재 하이브 인수)의 지분율은 18.45%에서 16.77%로 1.7%포인트 가량 줄어들 뿐이다. 유상증자 이후 카카오는 9.0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데 여전히 이 전 총괄의 지분율 16.77%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과거 한진칼과 3자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 때도 산업은행이 백기사로 들어오자 3자연합이 유증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사례가 있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에스엠과 카카오간의 계약서 내용이 일부 공개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향후 에스엠의 신주 발행시 카카오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부분이다. 이는 분명 주주평등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법원이 인용, 즉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준다면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 확보에 실패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서 하이브가 확실한 승기를 쥐게 된다. 반대로 기각 결정이 나오면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주총 표싸움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출처 : 연합뉴스]


소액주주 표심을 잡아라…진흙탕 주총 예고
에스엠의 정기주주총회는 다음달 31일로 잡혔다. 주주명부 폐쇄일은 지난해 말이기 때문에 카카오, 하이브 모두 의결권이 없다.

핵심은 이사 선임안이다. 현재 에스엠의 이사회는 사내 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총 4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모두가 오는 27일 임기가 끝난다. 이사회가 전원 교체되기 때문에 이번 주주총회에서 자기편 인사를 얼마나 이사회에 집어넣느냐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경영진측은 사내이사, 사외이사를 합해 총 9명의 후보를 냈다. 이 전 총괄측은 6명의 후보를 내는 것으로 맞서면서 벌써부터 진흙탕 주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주주의 지분율은 이 전 총괄 18.45%, 국민연금 8.96%, KB자산운용 5.12% 등이다.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대체로 현 경영진에 기울어져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 때 대체로 기존 경영진의 편에 서왔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분쟁 당시 엔씨소프트를, 한진칼과 3자연합의 분쟁 때는 한진칼을 지지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에 현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라이크기획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 전 총괄보다는 경영진쪽을 밀어줄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의 관건은 소액주주의 표심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지분율 1% 미만의 소액주주들의 에스엠 합산 지분율은 70.53%에 달한다. 소액주주의 표심이 한쪽으로 쏠리면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맞서기 힘든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기존에는 이 전 총괄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수 차례 M&A가 무산된 데 따른 피로감에다 라이크기획에 대한 반발도 컸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인수한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주주가치를 신경쓰는 건 하이브’라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하이브는 ‘이해상충 가능성’과 ‘인수 후 구체적인 시너지’에 대한 비전을, 현 경영진은 카카오에 9만원대로 9%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근거인 전략적 협업을 통한 구체적인 시너지에 대한 설명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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