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CD 분할매수 방식으로 매입…인위적 주가 부양 의혹

[톱데일리]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3%를 매집해 궁금증을 키웠던 기타법인의 정체가 특수목적법인(SPC) H사로 밝혀졌다. 특수목적법인이란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27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H사는 지난 16일 SM엔터 주식 약 65만주를 순매수해 지분 2.73%를 확보했다. 하루 만에 800억원을 상회하는 자금을 투입해 SM엔터의 주요주주 자리에 오른 것이다.

H사는 IBK분당센터를 통해 SM엔터 주식을 매수했다. 거래는 CD(Careful Discretion)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CD란 분할매수의 방법 중 하나로, 소량의 주식을 일정 간격을 두고 나눠서 사들이는 방법을 가리킨다. CD 방식으로 매매할 경우 꾸준한 매수 흐름이 발생해 주가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종목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될 경우 한 번에 주문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에 CD 매수를 진행할 경우, 일시에 매수주문을 넣을 때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6일 SM엔터 주가 상승은 H사의 매수세에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연기금,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이 183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고, 개인도 505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기타법인에서 약 850억원 규모의 매수주문이 발생한 결과 SM엔터 종가는 전일 대비 7.59% 13만1900원으로 마감됐다.

H사의 SM엔터 주식 매수 시점이 공교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13일까지 SM엔터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을 밑돌았다. 그런데 다음날 CJ가 카카오의 손을 잡고 SM엔터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고, 15일 장이 열리자 주가는 12만원을 웃돌게 됐다. SM엔터 인수전 참전 가능성에 대해 CJ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SM엔터 주가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어긋났다. 16일 H사가 800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을 매집하면서 주가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H사의 SM엔터 주식 대거 매집으로 인해 주가가 12만원을 웃돌게 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법인명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H사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산하 특수목적법인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해당 운용사가 운용 중인 펀드에 카카오가 출자자(LP)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는 정황도 이러한 의심을 부추겼다. 카카오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SM엔터 지분을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취득 이유에 대해서 협력 관계 구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취득 배경이 경영참가 목적으로 판명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와의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금지청구 가처분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H 운용사는 SM엔터 매수 주체인 H 법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H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SM엔터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문의를 받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특수목적법인 H사와 H 운용사는 관계가 없다. 특수목적법인이 진행한 소수 지분 취득은 경영권 인수 프로젝트 펀드를 주로 결성하는 H 운용사와 투자 방식이 다를 뿐더러, 현재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투자 재원을 대부분 소진한 상황으로 SM엔터 주식 취득에 800억원대 자금을 사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