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막판 카카오·하이브 충돌…SM 인수전 '안갯속'(종합2보)

카카오엔터 공개매수 임박 관측…SM도 주주 환원 확대·자사주 매입 시도
이태수

입력 : 2023.02.27 18:44:11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안정훈 기자 =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 측과 손잡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7일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인수전 전면 등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엔터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받은 9천억원 규모의 '실탄'을 무기로 14만∼15만원에 공개매수를 전격 선언해 인수전 '판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 '실탄' 챙긴 카카오엔터, SM 인수전 등판 몸 푸나 카카오엔터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는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인수전을 대하는 어조가 두드러지게 강경해졌다.

그러면서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SM과의 협력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식을 고민 중이며, 세부적인 방식이 확정되면 말하겠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여러 선택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카카오엔터와 SM은 이미 음반·음원 유통, 해외 진출 합작 법인, 웹툰 등 2차 IP(지식재산권) 제작 등 사실상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 깊이 있는 협업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하기로 한 SM 지분 9.05%에 '플러스알파'를 더해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만 남아 있는 셈이다.

카카오엔터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면 SM 인수전은 또 한 번 요동칠 공산이 크다.

하이브의 주당 12만원 공개매수 시한이 28일까지로 하루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주식 매수에 2영업일이 걸려 신규 투자자가 참여할 방법은 이미 막힌 상황이다.

공개 매수 기간 가운데 대부분 SM 주가가 하이브가 내건 12만원을 웃돌아 전체 지분의 60%를 웃도는 소액 주주들이 하이브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유인이 부족했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현판 모습.2023.2.20 jin90@yna.co.kr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엔터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도전하면 소액 주주들이 하이브에서 카카오엔터·SM 현 경영진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인수 기대감에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훌쩍 뛰어넘어버렸던 것처럼 카카오엔터도 같은 길을 걸어 소액 주주들이 쉽사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에는 카카오엔터도 공개 매수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며 "카카오엔터도 지금 SM이 너무나 절실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하이브의 인수로 끝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기에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 카카오와 보조 맞추는 SM…자사주 635억원 매입 계획 SM 현 경영진 측은 카카오엔터와 보조를 맞춰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며 주주 대상 '러브콜'을 이어갔다.

SM은 당초 2022∼2024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지만, 이날 이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SM은 지금까지는 무부채기업으로 운영됐기에 일정 수준의 부채를 유지하면 빠르게 주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차입금으로 우선 사업 투자를 실행하고, 2순위로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SM은 또한 같은 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635억원의 재원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계약 종료 등으로 아낀 프로듀싱 인세 추정 금액으로 마련될 계획이다.

이는 공개매수에 맞서 주가를 방어하는 동시에 치열한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에게 현 경영진 측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SM은 그러나 "하이브가 증권사를 압박하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한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날 "해당 계약체결기관(신한투자증권)과 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SM 관계자는 다만 이에 대해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사진은 10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앞.2023.2.10 mjkang@yna.co.kr

◇ 하이브 '발끈'…카카오엔터엔 "경영 참여 여부 밝혀라" SM 인수전을 둘러싸고 '하이브 대 SM·카카오엔터'의 전선이 더욱 뚜렷해진 가운데 하이브도 공세 수위를 높이며 발끈하고 나섰다.

하이브는 SM이 자사주 매입 시도에 나선 것을 두고 "기존 자사주 매입 규모의 10배에 가까운 것"이라며 "다시 한번 불법행위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우려 행위가 이사회 의결을 통해 단행된 점에 대해 당사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또한 자사주 매입 시도를 두고 "명백한 배임 행위로, SM 감사 역시 이사회 승인을 방조했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기관이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불법적 요소를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카카오엔터를 향해서는 "'SM과의 사업적 협력 대신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양측은 다음 달 31일 정기주주총회까지 극한 대립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매입해 1대 주주에는 올라섰지만,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공개매수로 목표 지분율(39.8%)에는 이르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이에 양측은 정기주주총회까지 각자가 그리는 SM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소액·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아내기 위한 명분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역시 지난 2주간 SM 현 경영진이 'SM 3.0' 비전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처럼 지배구조 개선에 이은 새로운 SM 비전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tsl@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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