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배우는 도시재생] ⑤성가신 전통시장서 지역 버팀목으로

350년간 런던에 식재료 공급하다 기피지역 전락한 올드 스피탈필즈마켓 밝은 분위기로 전면 개조·상품 다양화·즐길 거리 확대로 젊은이 끌어들여이용객 늘며 침체한 주변 상권 개발까지 앞당기는 효자로 자리매김
백도인

입력 : 2023.03.10 06:01:01
[※ 편집자 주 =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가 쇠퇴했다고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한해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역사는 일천하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갈 길도 멀고 험하다.

도시재생의 선진지인 영국 런던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이 가장 앞서 시작된 런던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는 기사를 매일 1편씩 6편으로 내보낸다.]

밝고 젊은 분위기로 변모한 시장 내부
(런던=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환하고 밝은 분위기의 올드 스피탈필즈마켓 내부.자연 채광이 되도록 지붕을 개조하고 내부 시설물 색상까지 가벼운 것으로 교체하며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었다.2023.3.10 doin100@yna.co.kr (끝)

(런던=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통시장의 쇠퇴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쉽게 목격된다.

화려하고 깨끗한 데다 이용이 편리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전통시장을 방치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 시민과 함께해온 역사성에 더해 지역 상권을 떠받치는 주요 토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국 런던의 올드 스피탈필즈마켓(Old Spitalfields market) 재생사업은 전통시장이 어떻게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지, 전통시장의 성공적인 재생이 지역사회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다주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런던 외곽에 있는 올드 스피탈필즈마켓은 35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영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1638년에 시장으로 허가받아 런던 시민과 식당에 육류, 채소 등을 공급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밝고 환한 분위기의 시장 내부
(런던=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환하고 밝은 분위기의 올드 스피탈필즈마켓 내부.자연 채광이 되도록 지붕을 개조하고 시설물 색상까지 가벼운 것으로 교체하며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었다.2023.3.10 doin100@yna.co.kr (끝)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 주변으로 가난한 이민자들이 몰려들었고 지저분한 주변 환경 탓에 주거 여건은 날로 열악해졌다.

시장 자체의 경쟁력도 날로 약화했다.

런던 최고의 전통시장은 그렇게 최악의 기피 지역으로 전락해갔다.

올드 스피탈필즈마켓은 1999년 아일랜드의 부동산회사가 운영권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재생사업에 들어가면서 옛 명성을 되찾는 전기를 마련한다.

이 회사는 먼저 올드 스피탈필즈마켓 건물과 내부 구성을 대대적으로 변모시켰다.

시장 중앙에 가판대와 음식 판매대를 배치하고 내부의 각종 시설물 색상을 밝고 가벼운 것으로 교체했다.

지붕과 외관도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개조했다.

어둡고 답답했던 전통시장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환하고 활기차게 바뀐 것이다.

출입구도 기존의 5개에서 8개로 늘렸다.

누구나 쉽게 어디에서든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장 외벽에 배치된, 낡고 지저분한 외부 상점들도 손을 봤다.

다만 이들 상점 대부분이 100년이 넘은 건축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외형을 대대적으로 바꾸기보다는 깨끗하면서 전통적인 모습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이렇게 살아남은 고풍스러운 경관의 외부 상점은 올드 스피탈필즈마켓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다.

전통 주변에 속속 들어서는 대형 건물들
(런던=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올드 스피탈필즈마켓 재생사업이 성공하며 인근에는 대형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시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이 늘면서 침체했던 주변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2023.3.10 doin100@yna.co.kr (끝)

시장의 콘텐츠도 완전히 바꿨다.

육류와 채소를 주로 팔았던 곳에서 지금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독창적인 디자인의 패션과 보석, 소품, 가정용품이 즐비하다.

세계 각국의 다양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된 음식 판매대는 올드 스피탈필즈마켓의 최고 자랑거리다.

요일별로 골동품 시장, 음반 시장 등을 번갈아 열고 정기적으로 콘서트, 전시회, 페스티벌을 마련해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올드 스피탈필즈마켓은 "빅토리아풍의 시장 지붕 아래에서 소규모 지역 생산자와 소매상인, 길거리 음식 상인이 함께하는 곳으로, 시내 번화가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시장 주변의 스피탈필즈 지역에 대한 재생사업도 본격화됐다.

먼저 시장 인근에 각종 체육시설과 서비스시설이 들어선 4개의 복합 사무용 건물을 건립했다.

각종 문화공연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 속 다목적 광장과 도심형 정원도 만들었다.

여기에 대형 쇼핑몰과 식당가도 조성해 주거와 업무, 여가를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 모습 살려 리모델링한 외관
(런던=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통적 모습을 되살리며 깨끗하고 산뜻하게 리모델링된 올드 스피탈필즈마켓 외관.고풍스러운 경관의 외부 상점은 올드 스피탈필즈마켓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2023.3.10 doin100@yna.co.kr (끝)

올드 스피탈필즈마켓 재생사업의 성공은 이 일대의 그림을 바꿔놓고 있다.

시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이 늘면서 침체했던 주변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활기를 띠고 새로운 대형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전통시장의 성공적인 재생사업이 런던에서 가장 가난한 자치구 가운데 하나였던 이 지역의 성장을 견인해낸 것이다.

이 때문에 전통을 유지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계함으로써 도시재생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드 스피탈필즈마켓은 "우리는 비록 전통시장이지만 믿을 수 있는 원재료로 만들어진 고품질 제품을 지향한다"면서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규모 생산자와 장인 비즈니스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doin100@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26 08:03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