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잘 되면 주식, 잘 안 되면 채권…상환전환우선주란 [주경야독]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입력 : 2023.03.10 07:00:00 I 수정 : 2023.03.10 15:45:08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코스닥 상장사 OO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다고 공시를 냈습니다. 주로 스타트업이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는데 상장까지 한 회사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찍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상환전환우선주도 주가에는 악재가 되는 것인가요?



한 독자분이 이메일로 주신 질문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상환전환우선주를 상장사가 발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이름 그대로 상환권, 전환권이 붙은 우선주를 말합니다. 용어 자체도 낯선 데다 개념도 복잡해서 짧게 설명해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상환전환우선주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공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함께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리금 상환도 되고 주식 전환도 되고…투자자의 꽃놀이패
일단 상환전환우선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건의 투자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금이 시급하고 투자 유치가 힘든 스타트업이 이같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우선주입니다. 우선주 주주는 보통주 주주보다 배당을 많이 받습니다. 대신 우선주에는 의결권이 없는데요. 최근에는 의결권을 부여한 상환전환우선주도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우선주인데 의결권이 있다면 사실상 배당을 더 주는 보통주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첫번째 단어인 상환은 투자금 상환권을 말합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이자율과 만기를 정해놓습니다. 만기가 되면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얹어서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채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환권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상장사가 많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죠. 마찬가지로 상환전환우선주는 지금은 우선주인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우선주도 주식인데 굳이 보통주로 전환하는 이유는 증시에서 거래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비상장 상태인 스타트업에 상환전환우선주를 매입했는데 이 회사가 상장을 했다면 보통주로 바꿔서 장내에서 매도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는 투자한 회사가 잘 돼서 기업가치가 올라가거나 상장에 성공하면 전환권을 행사해서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꿔 장내에서 매도할 수 있습니다. 생각만큼 회사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고 앞으로도 잘 풀릴 것 같지 않다면 상환권을 행사해서 원금에 이자 얹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상환할 수도 있잖아”…지금은 차분한데 주가 오를 수록 물량 부담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다면 질문주신 분이 말씀하신 상환전환우선주를 함께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회사는 100억원 어치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습니다. 우선주니까 배당을 더 줍니다. 발행가를 기준으로 연 1.5%를 더 주기로 했는데 이 회사가 최근 몇년동안 배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보입니다.

상환권의 행사기간은 2025년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입니다. 연 5%의 이자 지급을 보장합니다. 연리 5%인 만기 2~4년짜리 회사채라고 봐도 됩니다. 주식으로 상환할 수도 있는데도 5%의 이자를 준다면 꽤나 금리가 높아보입니다.

참고로 상환권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원리금을 받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즉 회사가 이익을 내서 어느 정도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어야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상환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상환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봅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도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종목은 내년 3월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전환가격, 즉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가 얼마에 이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일단 이 회사의 주가는 8000원선인데 상환전환우선주는 주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발행됐고, 최초 전환가액은 이보다 10% 더 낮습니다. 대략 6000원선 후반이 전환가액이 됩니다.

이 부분은 다소 이례적인 부분이라고 보여집니다. 전환가액을 당장의 주가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수년동안 5000~1만원선을 오갔습니다. 그런데 현재 주가 8000원선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들어가서 먹을 게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이 당장 주가에는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사가 보통주를 새로 발행하는 증자 대신 상환전환우선주를 찍는 가장 이유 중 하나도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만 향후에 주가가 오른다면 상환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물량 부담이 생길 것입니다. 이 회사의 총 발행주식수가 현재 788만주인데 상환전환우선주는 134만주나 된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상장사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는 자본 아닌 부채
상환전환우선주를 이야기하면서 회계 처리 이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 영구채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영구채는 채권이지만 주식처럼 만기가 영구적이어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 처리를 한다고 했습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우선주, 즉 주식이지만 회사가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이 아닌 부채로 처리합니다.

회계 기준에는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K-IFRS(국제회계기준)이 있고 예전부터 비상장사들이 써오던 K-GAAP(한국회계기준)이 있습니다. 실질을 중시하는 K-IFRS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부채로 보고 형식을 중시하는 K-GAAP에서는 자본으로 인정이 됩니다.

K-GAAP를 쓰던 비상장사 시절에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는 자본인데 IPO(기업공개) 이후 K-IFRS로 회계기준을 바꾸면 부채가 된다는 것입니다. 자본이 부채로 바뀌니 재무구조가 일시에 악화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합니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환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부채가 다시 자본으로 바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상환전환우선주를 부채로 본다는 것은 상환권이 투자자에게 있다는 전제에서 그렇습니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면 K-IFRS에서도 자본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입니다.

한 대형 증권사가 2년 전 대규모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상환권은 투자자가 아니라 발행회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한 인터넷 전문은행도 인가 과정에서 자본의 대부분이 상환전환우선주로 채워져 있는 점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도 투자자들이 상환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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