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찾아 삼만리였는데, 고민 끝”...6월부턴 ‘여기’서 은행업무 본다는데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입력 : 2025.01.12 16:43:02
금융위, 은행대리업 6월 시범운영 계획
최근 6년간 은행점포 지속적으로 감소
은행 가려면 서울 432m, 양구 27km 이동
일본은 2022년부터 우체국 대리업 도입


올해 6월부터 일부 우체국에서도 시중은행의 예·적금 관련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은행 지점 축소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위축되고 있어 입출금처럼 단순하고 규격화된 업무를 은행 외 제3자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우체국의 은행대리업 업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오는 6월부터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11일 금융위원회 2025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접근성 강화를 위해 은행 대리업을 허용할 뜻을 밝혔다. 현행 은행법에선 은행이 아닌 곳이 예·적금을 받거나 유가증권·채무증서의 발행, 자금 대출, 외환 업무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금융위는 이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새로운 제도 시행의 길을 터줄 방침이다.

금융소외 이슈가 계속 거론되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를 줄여갈 수밖에 없다. 최근 1년만 봐돠 국내 은행 점포가 50곳 넘게 사라졌다.

은행 점포수 변동 추이 <금융감독원, 한국금융연구원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은행 점포 수(해외 점포 포함)는 총 5849곳으로, 1년 전(5902곳)보다 53곳 감소했다. 은행 점포 수는 지난 2012년 4분기 말 7835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 4분기 말 7000곳 아래로, 2022년 3분기 말 6000곳 밑으로 떨어진 뒤 감소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매 분기 줄고 있다. 분기별 점포 수가 반등한 적은 지난 2018년 3분기 중 6960곳에서 6966곳으로 6곳 늘어난 경우이고, 이후 6년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

은행 점포까지 거리.


이 때문에 서울 등 대도시와 그렇지 않은 곳에서 접근성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국내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서울 거주자는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 평균 432m만 이동하면 됐다. 부산(827m), 광주 (936m), 인천 (959m), 대구 (1.27㎞) 등도 적당한 거리에 은행이 위치해 있다.

반면 강원도(6.4㎞), 경상북도(6.1㎞), 전라남도(5.7㎞), 충청북도(4.8㎞) 등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특히 단위 지역별로 살펴보면 은행까지 이동거리가 27km에 달하는 강원도 양구군, 전라남도 신안군 등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위 지역은 주로 초고령·고령사회로 분류되는 곳이다. 온라인뱅크 업무가 낯선 노령층이 많이 사는 곳일 수록 은행 수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지역별 은행 점포수 <금융감독원, 한국금융연구원>


이런 현실에서 나온 대안이 은행대리업이다. 일본은 2002년 지점 감소에 따른 영업 공백 지역에 저비용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대형은행들은 1995년 이후 15년 동안 점포수를 35% 가량 감축했다. 일본 유초은행(우편저축은행)은 약 3000여개의 우체국을 대리점으로 활용 중이고, 다이와증권그룹은 자회사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를 증권 지점에서 대리 수행하고 있다.

호주도 1995년부터 은행 지점 축소에 따른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우체국 대리점을 도입해 농촌 지역의 금융 취약계층이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발도상국 등에서도 은행대리업은 효과를 보고 있다. 고은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이 작성한 ‘은행대리점이 변화시킬 금융산업의 모습’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 은행 이용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7%(2011년)에 불과했지만 은행대리업 도입 이후 47%(2018년)로 증가했다.

은행 대리업 운영 중이 나라 <하나금융연구소>


한국도 은행권에서는 점포 축소 문제의 대안으로 은행간 공동점포, 도서·산간 공동출자 점포 등도 검토했지만 실제 이를 추진하는데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망을 갖춘 우체국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원래 은행의 업무를 대리하기 때문에 대리점은 인가제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다만 당국에선 우체국은 이미 예·적금을 취급하고 있는 기관이라 대리업을 수행한다면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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