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드론·자율주행 믿었는데”…서학개미들의 미래, 불투명해진 이유는

김대은 기자(dan@mk.co.kr), 김인오 기자(mery@mk.co.kr),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입력 : 2025.01.14 20:44:41
美고용시장 너무 탄탄하고
트럼프 정책이 물가 자극해
연내 금리인하 전망 비관적

5% 국채금리 ‘뉴노멀’ 될수도
금융위기후 최고수준 눈앞

로봇·드론·우주·자율차 등
기술株 급락에 서학개미 울상
“폭락은 매수기회” 의견도


[사진 = 챗GPT]


미국 국채 20년물에 이어 10년물 금리도 5%에 다가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빚어지자 고공 행진을 거듭하던 미국 주요 기술주가 대거 조정을 받았다.

서학개미들이 급격하게 투자를 늘려온 이 시장에서 조정이 장기화될 경우 많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예상을 뛰어넘는 고용시장 지표가 발표되며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13일 2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07%를 기록했고 10년물은 4.8%를 일시적으로 돌파했다.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과 불법 이민자 정책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면 5%대 금리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파드라익 가비 ING 글로벌 금리 전략팀장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해 말 5.5%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고, 아리프 후사인 T로프라이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6%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금리가 높아지는 시기엔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성장주, 소형주들의 주가 조정폭이 커진다. 신성장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금리 상승기엔 매출 상승폭보다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한 마이너스 현금흐름, 적자 상황이 더 부각된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금리 지속 가능성으로 성장주에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학개미가 최근 사들인 양자컴퓨터, 드론, 우주, 자율주행 관련주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최근 일주일(1월 7~13일) 동안 아르베로보틱스(ARBE), 리치테크로보틱스(RR), 서브로보틱스(SERV), 세렌스(CRNC)를 대량으로 순매수했다.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ARBE, RR, SERV, CRNC의 금액은 각 3779만달러, 1529만달러, 1490만달러, 1229만달러에 이른다.



해당 종목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모두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ARBE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자율주행 차량의 고해상도 4D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RR은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활용한 스코피언(Scorpion)이라는 서비스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SERV는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는 자율 배달 로봇 스타트업이며, CRNC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이용해 차량 내 음성 비서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는 1월 6일 고점을 찍은 뒤 모두 급락했다. ARBE는 6일 4.00달러에 거래됐지만 13일 2.80달러로 30% 급락했고, RR도 같은 기간 4.11달러에서 2.12달러로 48.42% 떨어진 상태다. SERV 역시 22.89달러에서 14.78달러로 35.43%, CRNC는 20.18달러에서 13.76달러로 31.81% 폭락했다. 이들 기업은 아직 제대로 된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적자기업으로 펀더멘털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 챗GPT]


상장지수펀드(ETF)와 기업들도 하락세를 겪고 있다.

서학개미는 최근 일주일 뱅가드 미국 단기 회사채 ETF(VCSH)를 7536만달러(약 110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평균 만기가 1~5년인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단기 채권 특성상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난 7일 주당 77.94달러에서 13일 77.70달러로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가 3037만달러(약 445억원)어치 순매수한 디렉시온 20년 미국채 3배 ETF(TMF)는 지난 7일 주당 37.98달러에서 13일 37.09달러로 하락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ARBE는 2900만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RR은 실적 공시를 늦추면서 투자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ERV는 알리 카샤니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주식 4만6425주를 매도했으며 CRNC는 애널리스트의 매도 보고서가 나와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다만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 하락에 대해 ‘매수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이끌고 있는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3일 CNBC 인터뷰에서 “나스닥지수가 더 하락할 경우 무조건 매수할 것”이라면서 “올해 주식시장은 좋을 것이며 15%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 압박 변수로 떠오른 미국 국채시장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더 오르고 10년물이 5%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해당 수준에 도달하면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더 큰 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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