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난사 증시’ 널널한 퇴출 기준 한몫…2015년 이후 시총·매출 미달 상폐 0건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1.19 15:46:59
2010년부터 집계해도 5건에 불과
‘고의 상폐’ 의혹 기업 등 문제기업


[자료=chat gpt4]


상장폐지 사유인 매출·시가총액 미달 기준이 턱없이 낮아 최근 9년간 관련해 퇴출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허울뿐인 기준으로 전락하면서 재무건정성이 흔들리는 기업조차 상장폐지 제도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로 시가총액이나 매출액 미달로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상장사는 하나도 없었다.

지난 2010년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매출 또는 시가총액이 낮아 증시에서 퇴출된 사례는 다섯 건 뿐이다.

같은 기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이전상장을 제외한 상장폐지 수는 581건으로 매출·시가총액 미달 사례는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매출·시가총액 미달로 증시에서 퇴출당한 5개 사례마저 국내 증시에서 신뢰도가 낮은 외국기업이거나 ‘고의 상폐’ 의혹에 휩싸인 곳이었다.

가장 최근에 시가총액 미달로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던 중국기업이었다. 평산차업은 지난 2015년 시가총액 미달 사유로 상장폐지됐다.

지난 2014년 6월 13일 시총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평산차업은 거래정지 직전 시총이 29억원까지 떨어졌다.

2010년 시총 미달로 퇴출된 신지소프트는 그 전부터 자본전액잠식,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매출액 30억원 미달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대상에 올랐던 이른바 ‘문제아’였다.

벤처 시대를 풍미했던 창업투자회사 무한투자도 체급 미달로 지난 2012년 증시에서 내쫓겼다.

무한투자는 벤처 붐을 이끌었던 벤처 투자 1세대들의 쇠락으로 실적 부진에 빠지며 시총이 10억원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매출액 미달로 상장폐지된 다함이텍은 ‘고의 상폐’ 의혹을 받았던 기업이다.

지난 2013년 상장폐지된 카오디오 생산업체 다함이텍은 순자산 3000억원으로 ‘알짜 자산주’로 평가받았으나 매출액 기준을 2년 연속 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됐다.

당시 대주주가 정리매매 동안 원래 주가보다 최대 37% 낮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사주를 실제 가치보다 싼 가격에 매수하기 위해 상폐를 방치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2015년 매출액 미달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사 였다.

대한전선 옛 사옥인 인송빌딩을 매입하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코크랩15호는 당시 매각이 지연되면서 매출이 급감해 시장에서 쫓겨났다.

인송빌딩은 리모델링을 통해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이 호텔 보코 명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재무적 퇴출 기준을 미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에서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기업조차 퇴출하지 않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하게 됐다”며 “상장폐지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어서 주식시장이 자본의 창구역할을 제대로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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