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탈북민 시력 돌봐 … 이젠 경제자립 지원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5.01.19 17:10:06
입력 : 2025.01.19 17:10:06
'안경사의 아버지' 김태옥 시호나눔재단 이사장
민주평통 활동 탈북민 인연
안경·백내장 수술비 등 지원
탈북민 10명중 1명꼴 수혜
탈북민 일자리 창출 돕고자
기술 교육·직업 훈련 나서
국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 3만139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팬데믹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1000명 넘게 국내에 정착하면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이후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급격하게 줄어 2021년과 2022년에는 6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2023년부터 100명대를 다시 넘겨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81명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옥 시호나눔재단 이사장(행정학 박사)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탈북민 규모가 줄어든 것보다 한국에 들어온 이들이 무사히 정착해 당당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게 관건"이라며 "언어·문화·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편견으로 이들의 어려움을 방치하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매달 진행했던 탈북민 지원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안경 유통·제조사 시호비전그룹을 경영하며 '안경사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은 김 이사장은 2014년 시호나눔재단을 세운 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와 협업하며 탈북민들을 돕고 있다. 북한에 연고나 특별한 인연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탈북민들의 모습에 사명감을 느끼며 활동을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매월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 탈북민들의 시력을 검사하고 시력 교정용 안경을 무료로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력 검사를 받은 인원 약 1만명 중 실제 맞춤 안경을 받은 이는 4000명에 달한다. 2022년에는 여주시와 함께 백내장 진단을 받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수술 비용 중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다. 재단은 이 밖에도 탈북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꾸준히 전달했다.
김 이사장은 "탈북민에 대한 이 같은 지원은 국제라이온스협회와 함께 진행했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의 경험을 살린 덕"이라며 "사회취약계층으로 고착화하는 탈북민이 많다는 점을 깨닫고 근본적인 해법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의 경제적 어려움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이 지난달 공개한 '2024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민의 실업률은 2023년(4.5%)보다 크게 악화한 6.3%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의 지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전체 국민 실업률 3.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김 이사장이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기술 교육과 자립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이유다. 그는 "의료 지원의 경우 기존 안과 검진에 백내장 수술 같은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상시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시스템의 교육을 마친 탈북 청년들이 결실을 거두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재단 차원에서 직업교육과 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호비전그룹의 안경광학 기술도 전수 대상이다. 다만 안경 제조업은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탈북민들 성향과 능력에 맞출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공예 등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에게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방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달 시호나눔재단이 하나원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송년 음악회 등도 같은 맥락의 활동이다.
악화하는 남북 관계에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것도 주문했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인 지원을 이어가며 신뢰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대한적십자사, 탈북민들과 함께 쪽방촌 봉사활동을 나갔을 때 한 탈북민의 얼굴에 떠오른 '나도 베풀 수 있다'는 성취감 높은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탈북민들이 진정한 한국 국민으로 자리 잡도록 재단이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진한 기자]
민주평통 활동 탈북민 인연
안경·백내장 수술비 등 지원
탈북민 10명중 1명꼴 수혜
탈북민 일자리 창출 돕고자
기술 교육·직업 훈련 나서
국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 3만139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팬데믹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1000명 넘게 국내에 정착하면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이후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급격하게 줄어 2021년과 2022년에는 6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2023년부터 100명대를 다시 넘겨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81명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옥 시호나눔재단 이사장(행정학 박사)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탈북민 규모가 줄어든 것보다 한국에 들어온 이들이 무사히 정착해 당당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게 관건"이라며 "언어·문화·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편견으로 이들의 어려움을 방치하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매달 진행했던 탈북민 지원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안경 유통·제조사 시호비전그룹을 경영하며 '안경사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은 김 이사장은 2014년 시호나눔재단을 세운 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와 협업하며 탈북민들을 돕고 있다. 북한에 연고나 특별한 인연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탈북민들의 모습에 사명감을 느끼며 활동을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매월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 탈북민들의 시력을 검사하고 시력 교정용 안경을 무료로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력 검사를 받은 인원 약 1만명 중 실제 맞춤 안경을 받은 이는 4000명에 달한다. 2022년에는 여주시와 함께 백내장 진단을 받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수술 비용 중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다. 재단은 이 밖에도 탈북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꾸준히 전달했다.
김 이사장은 "탈북민에 대한 이 같은 지원은 국제라이온스협회와 함께 진행했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의 경험을 살린 덕"이라며 "사회취약계층으로 고착화하는 탈북민이 많다는 점을 깨닫고 근본적인 해법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의 경제적 어려움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이 지난달 공개한 '2024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민의 실업률은 2023년(4.5%)보다 크게 악화한 6.3%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의 지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전체 국민 실업률 3.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김 이사장이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기술 교육과 자립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이유다. 그는 "의료 지원의 경우 기존 안과 검진에 백내장 수술 같은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상시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시스템의 교육을 마친 탈북 청년들이 결실을 거두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재단 차원에서 직업교육과 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호비전그룹의 안경광학 기술도 전수 대상이다. 다만 안경 제조업은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탈북민들 성향과 능력에 맞출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공예 등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에게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방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달 시호나눔재단이 하나원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송년 음악회 등도 같은 맥락의 활동이다.
악화하는 남북 관계에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것도 주문했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인 지원을 이어가며 신뢰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대한적십자사, 탈북민들과 함께 쪽방촌 봉사활동을 나갔을 때 한 탈북민의 얼굴에 떠오른 '나도 베풀 수 있다'는 성취감 높은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탈북민들이 진정한 한국 국민으로 자리 잡도록 재단이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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