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할 수록 먹고 사는게 더 빠듯”…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1년새 42%↑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입력 : 2025.01.29 14:28:33
30조 대출 ‘시한폭탄’
자영업 다중채무자 연체율 2.03%
10년 반만에 최고


서울의 한 대학가 앞 폐업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고금리와 소비 부진 여파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진 빚(대출)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최근 1년 사이 4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에도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계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336만900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사업자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인 1123조8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통계의 시계열상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1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연체(3개월 이상 연체 기준)가 발생한 상환 위험 차주(대출자)도 모두 14만6000명으로, 이는 1년 전인 2023년 3분기(10만3000명) 대비 41.8% 치솟은 수치다.

같은 기간 이들 위험 차주가 보유한 대출액도 21조6000억원에서 29조7000억원으로 37.5% 불었다. 약 30조원에 이르는 자영업자 대출의 상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나이스평가정보는 국내 수위의 신용평가기관이다.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동의 아래 이 업체에 대출자의 금융정보를 제공하거나, 반대로 기업·개인의 대출·연체 이력 등을 받아 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의 통계에 실제 대출 현황이 대부분 반영된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자영업 ‘다중채무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336만9000명) 중 절반 이상(51.1%)을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689조6000억원)도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1천123조8000억원)의 61.4%에 해당한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연체 차주는 9만7000명, 이들이 보유한 전체 대출은 23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보다 각 29.3%, 29.8% 늘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상환 한계 상황은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은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 다중채무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2.03%로 추산됐다. 이같은 연체율은 2014년 1분기 말(2.16%)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자영업자 대출 현황은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차주, 연체는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단 상호금융·저축은행은 1일 이상 원금 또는 1개월 이상 이자 연체)를 기준으로 정의됐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고 정치 등 여러 이유로 국내총생산(GDP) 갭(마이너스 폭)도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외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며 “추경은 어려운 자영업자를 타깃(목표)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일반 국민에게 돈을 주면 온라인으로, 지금도 잘 나가는 식당들에 주문하지 않겠나. 추경은 당연히 어려운 자영업자를 골라 타깃 해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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