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12년 교보생명에 투자했던 FI(재무적투자자·어피너티 컨소시엄)와 수년째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풋옵션(FI가 매도할 수 있는 권리) 가격 산정 기한을 두세 달 늦춰달라고 국제상업회의소(ICC)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측은 구체적인 실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요청에 '지연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 산정과 관련해 외부 평가사인 EY한영이 교보생명에 대해 구체적인 실사를 거쳐야 해 두세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ICC 중재 재판부에 제시했다.
재판부 측은 한 달 내로 이를 마무리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사들이며 '3년 내 교보생명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교보생명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컨소시엄 측은 2018년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해 주당 41만원을 풋옵션 가격으로 산정하고 이를 행사하려 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이 이에 반발했고 두 차례에 걸쳐 ICC 재판이 진행됐다. 이에 ICC는 2차 중재 심판에서 신 회장이 FI가 보유한 지분을 사야 할 가격(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며, '중재 판정이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외부 감정평가인을 선정하고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판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 20만달러 수준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달 22일 외부 평가사로 EY한영을 선정하며 두세 달의 기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 측은 메리츠금융그룹을 통해 1조원대 자금을 조달하고, 나머지 자금은 지난 10년간 배당받은 3000억원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마련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FI 측의 투자원금(1조2000억원) 이상을 보상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