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건설 불황…세수펑크·PF부실에 '백약이 무효'

건설 고용 위기 '중장년→청년층' 확산…건설업 가구소득도 '역대 최대 낙폭'"금리 인하 효과 있겠지만 강달러에 여력 부족…건설업 불황 길어질 것"
민경락

입력 : 2025.02.23 06:03:20 I 수정 : 2025.02.23 10:29:56


건설업 한파, 일감 기다리는 일용직 구직자들로 가득찬 인도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8일 새벽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도가 일감을 구하려는 일용직 구직자들로 가득하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약 192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8천명이 줄었다.이는 2017년 1월(188만9천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다.2025.2.18 superdoo82@yna.co.kr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재현 송정은 기자 = 유례없는 건설업 장기 불황이 고용 위기로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를 옥죄는 대형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건설업 일자리 부진은 중장년에 이어 청년층으로 번지고 있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고용 위축은 가구 소득 감소로 이어져 내수 부진의 골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건설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고금리·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쉽게 '약발'이 들지 않는 분위기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으로 재정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대규모 세수 펑크 탓에 재원이 넉넉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기조로 당장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만큼 건설업 불황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래픽] 산업별 취업자 증감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가 한 달 만에 다시 증가했지만 건설업에서 집계 이래 최대 규모로 줄었고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도 감소세가 이어졌다.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건설업 취업자 200만 붕괴…건설사 취업은 '바늘구멍'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9천명 줄어든 192만1천명을 기록, 200만선이 무너졌다.

건설업 취업자가 200만명을 하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2월(198만명) 이후 약 4년 만이다.

건설업 불황에 따른 고용 부진은 주로 상용직과 청년층에 집중됐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달 건설업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6.6%(6만1천명) 급감한 10만5천명을 기록, 10만명 선을 턱걸이했다.

전 연령대 중 감소율이 가장 높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건설업 일은 힘들 수 있지만 고임금 업종에 속한다"라며 "최근 건설사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서 청년층 고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건설업 고용 부진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작년 3분기 전기·하수·건설업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3.2% 감소하면서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체 가구 근로소득이 3.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건설업 불황이 고용 위기로, 소득 감소로 점차 파장을 키우면서 내수를 제약하는 형국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 재개발 등으로 경기를 견인하면서 고용에서 건설업 의존도가 높아졌다"라며 "결국 건설 경기가 안 좋으면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급등에 주요 건설사 매출원가율 90% 웃돌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건설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요 대형 건설사 매출 원가율이 평균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자재를 옮기고 있다.이날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4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각각 100.6%와 104.9%(이하 잠정 실적 기준)로 집계됐다.매출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매출 원가의 비율로, 이 비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2025.2.16 ondol@yna.co.kr

◇ 위기감 커지지만…고금리에 손발 묶인 정책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은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건설업 불황은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부진을 통해 이미 예고된 악재였다.

건설수주는 2023년 1분기(-12.7%)와 2분기(-31.4%), 3분기(-44.8%) 모두 전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통상 1년∼1년 반 뒤 건설기성(건설업 생산)에 반영된다.

고금리·고물가가 건설수주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강달러 기조와 PF 부실로 작년 3분기까지도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았고 결국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건설업의 숨통을 틔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년째 계속된 대규모 세수펑크로 나라살림이 빠듯한 탓에 재정이 민간 부진을 적시에 메워주는 '경기 보강'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업계에서 나온다.

건설수주에 경고등이 커지자 정부는 작년 1기 신도시 재정비 착공 시기 단축,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 완화·공급 확대 대책을 쏟아냈지만 뚜렷한 효과는 '아직'이다.

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골자로 한 지방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또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세제·금융지원이 빠진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신공항·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공공이 발주하는 대형 국책사업이 없는 "자잘한 경기 부양책"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 전문가들 "건설업 부진 장기화 가능성" 한목소리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전문가들은 장기화한 고금리 기조가 완화되거나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건설업의 불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업 부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금리·미중 무역전쟁·관세전쟁·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건설업 부진의 이유인데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건설경기 부진은 더 길어질 것"이라며 "고금리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1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건설투자 낙폭을 0.7%에서 1.2%로 대폭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 부동산경기 둔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업 대책으로 SOC 투자 등 재정정책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또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roc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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