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 당 1천원' 약 2년 만에 눈앞…엔화 강세, 원화는 약세

넉 달 만에 800원대에서 100원 가까이 껑충…장 중 995원 찍어관세 공포에 원화가치 하락…'안전 자산' 엔화, 금리인상 기대까지달러인덱스 낮아졌는데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민선희

입력 : 2025.03.11 17:33:38


미 증시 급락에 코스피 하락 출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미국 증시 급락 충격에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이날 오전 9시 2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02포인트(2.02%) 내린 2,518.37을 나타냈다.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71포인트(2.44%) 내린 708.11이다.2025.3.11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엔 재정환율이 약 2년 만에 100엔당 1천원 선에 근접했다.

원/엔 환율은 넉 달 만에 800원대에서 100원 가까이 껑충 뛰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는 상대적으로 잘 버티지만, 우리나라 원화는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하나은행 고시 기준)은 주간 거래 마감 무렵 989.85원을 기록했다.

전날 기준가보다 5.81원 올랐다.

오후 3시 30분 고시 가격 기준으로 2023년 5월 12일(990.39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엔 환율은 이날 오전 995.09원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이는 오후 3시 30분 고시 가격 기준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원/엔 환율은 작년 7월 11일엔 852.72원까지 내렸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 우리나라가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동안 일본은행은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해온 탓에 엔화가 약세였다.

거꾸로 주요국이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한 가운데, 일본은행이 지난해 3월 17년 만에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7월 말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자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8월 초 964.6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일본은행 금리인상 기대가 약해지면서 11월 도로 800원대로 내려섰다가 12월 비상계엄에 따른 우리나라 정치 불안이 겹치면서 900원대 중반까지 도로 상승했다.

최근엔 이에 더해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그에 따른 미국 증시 급락이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recession)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고율의 관세 정책 강행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경기 불안이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일에는)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성과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라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들이 시장 하락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주가가 하락하면서 엔화가 강세 압력을 받았다"며 "미국 주가가 하락할 때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금리 하락) 달러가 하락 압력을 받고 상대적으로 엔화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70% 급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4.00% 폭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8천선이 무너졌다.

이와함께 미국발 관세 위협에서 일본은 다소 벗어나 있지만 한국은 취약한 점도 원/엔 환율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낮고 미국이 직접 겨냥하는 주요국이 아니지만,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관세 위협에 더 약하다는 인식이 통화 가치에도 반영된 것이다.

엔화와 달러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화는 미 달러 대비로도 약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58.2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해 11월 6일(주간 거래 종가 1,396.2원)보다 60원 넘게 높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3대를 나타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무렵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 경기 침체 우려에 달러 가치가 작년 11월 수준까지 내렸는데 원/달러 환율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꾸준히 올랐던 달러인덱스는 1월 13일 110.178까지 뛰었으나 이달 들어 미국 성장 둔화 우려에 연일 하락했다.

원화 가치 약세인 이유로는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국내 정치적 불안과, 국내 경제 기초체력 약화 우려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꼽힌다.

특히 최근 미국 경기 우려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된 탓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뉴욕 금융시장 충격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번주 국내 정국 불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원화 가치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원/엔 환율이 1천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원/엔 환율이 1천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며 4월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등이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4월 자동차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원화 약세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은 대부분 기관이 1,500원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는 듯하다"며 "국내 정치 리스크가 어떻게 해결될지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원/엔 환율이 단기간에 오른 만큼 일부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생각보다 되돌림이 지연되고 있고, 폭도 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평균 원/엔 환율 950원대 전망을 유지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도 원화가 엔화 대비 약세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고 있고, 일본 임금협상(춘투) 결과 임금인상 폭이 예상을 웃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한국의 반도체·자동차 관세 취약성,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취약한 한국 경제 전망 등도 그 배경으로 꼽혔다.

한편 씨티는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미국 관세 부과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만약 탄핵이 기각될 경우 탄핵소추안이 추가로 발의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지난해 말처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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