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과잉에 '트럼프 25% 관세'까지…철강업계 '충격파'
'265만t 쿼터' 풀리고 캐나다·멕시코와도 '제로베이스' 경쟁…기회요인도美 현지공장 신설·투자 등 '관세 대응'…알래스카 개발 등 철강수요 증가 기대
김동규
입력 : 2025.03.12 13:48:02
입력 : 2025.03.12 13:48:02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3월 12일을 하루 앞둔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2025.3.11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로 고전하는 국내 철강 업계가 12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로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업계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한편, 그동안 미국 수출에 적용되던 쿼터(물량 제한)가 풀리고 모든 국가가 동일한 '25% 관세' 환경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에 직접 제철소를 짓거나 현지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등 관세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 등을 통한 기회도 엿보고 있다.
◇ "가뜩이나 어려운데"…美 25% 관세 현실화에 업계 '긴장'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조치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 이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통관 신고되는 품목에 적용된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로 수년째 이익이 쪼그라들고 있는 국내 철강 업계는 이날 미국의 25% 관세 발효로 대미 철강 수출이 위축될 것을 우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기존에는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았다.
이는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이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때 협상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수출 물량을 70%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무관세 혜택을 취한 것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철강 수출의 13%를 대미 수출로 채웠다.
이는 전체 수출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이번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 일본제철 등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제철은 US스틸과 지분 투자를 통한 공조 관계를 맺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 10%를 두고 적자와 흑자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25% 관세는 기업 입장에서는 크다"며 "미국 시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수익에 어떤 악영향이 나타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는 수입 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를 혼자 떠안기보다 수출 기업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철강 업체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 업체들이 관세 인상분을 수출 업체에 일정 부분 전가할 가능성도 높아 이 역시 부담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미국 철강업계는 이날 발효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더해 25%의 추가 관세를 한국산 제품에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미국철강협회(AISI)와 철강제조자협회(SMA)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정부가 유리한 조건의 대출, 수출 금융, 세금 면제, 보조금, 시장가격보다 낮은 전기요금 등을 활용해 한국의 철강업체들을 보조하고 있다며 한국산 철강에 최소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 측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주장"이라며 "무리한 주장도 들어있어 통상 당국과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려 속 '제로베이스 경쟁' 기회도…美 투자확대·개발참여 검토 철강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무차별적 25% 철강 관세 부과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연간 263만t으로 묶여 있는 수출 제한 규제가 풀리면서 US스틸 등 미국 철강사가 생산하지 않는 제품이나 한국산이 경쟁력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 확대가 가능한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모든 국가에 25% 관세가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면서 '제로 베이스' 환경에서 경쟁하는 상황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철강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쿼터 없이 무관세로 수출하던 대미 수출 1·2위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며 "이런 환경이 지속된다면 미국 시장 확대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현지 투자도 추진 중이다.

(인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3월 12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1일 인천 한 제철 공장에 철근이 쌓여있다.2025.3.11 dwise@yna.co.kr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철소를 새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미국에 '상공정'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공정은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투자로 인한 자금 소요로 경영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현대차 공장 및 미국 거래선에 안정적으로 철강을 공급할 수 있어 사업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신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조선 및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 등에서 한국이 최우선 파트너로 거론되는 것도 철강 업계에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해군력 증강을 위해 선박을 짓고 수리하는 사업을 한국 조선소가 수주하게 되면 이에 따른 철강 수요에 한국 철강사들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모 철강사 관계자는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의 경우 1천300㎞ 규모의 가스관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 플랜트 건설에도 특수강 등 철강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여 한국 업계에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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