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트럼프 관세' 격랑 속…이달까지 '부정인식 지우기' 총력전

철강 관세는 '예고편'…반도체·자동차 포함 4월 상호관세 '본편'경기침체 우려에도 트럼프, 관세 의지 고수…대한국 '압력 최소화' 목표대미투자, 조선·에너지 협력 '지렛대'…'빌미 될라' 비관세 장벽 집중 점검
차대운

입력 : 2025.03.12 13:52:04


트럼프발 관세 폭탄 (PG)
[윤해리 제작] 일러스트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미국 트럼프 신정부가 12일(현지시간) 수입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겨 한국도 '트럼프 관세'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게 됐다.

전 국가를 상대로 한 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보편관세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무차별 '트럼프 관세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마약 유입 방지'라는 특정 목적을 내건 대중국 20% 추가 관세나 이번 철강 관세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과 세계 경제에 두루 영향을 미칠 본편 격인 보편 관세는 4월 2일 이후 발표가 예고됐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업계는 미국의 정책이 형성될 이달까지 총력을 다해 한국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대미 투자와 조선·에너지 협력 등 지렛대를 활용해 대한국 통상 압력 완화 노력을 기울이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 4월 상호관세로 반도체 포함 대한국 관세 '윤곽' 동맹과 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관세 전쟁'을 벼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맞춤형' 관세를 어떻게 매길지 들여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부처는 4월 1일까지 각국과의 무역 현안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 보고서'를 마련 중이다.

이 보고서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이끌 핵심 '작전 지침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실효 관세율이 0%에 불과해 관세율만을 이유로 미국이 상호관세가 부과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 신정부는 각종 비관세 장벽 요소까지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8번째 무역수지 적자국인 한국에도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따로 도입을 예고한 반도체·자동차 관세도 각국 맞춤형인 상호관세에 포함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4월 상호관세 부과의 대한국 영향은 클 전망이다.

현대차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조지아 주지사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침체 경고에도 세수 증대와 자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장기적인 '구조 개혁' 차원에서 관세를 접근한다.

이에 한국은 '관세 면제' 요구가 먹히지 않는 상황도 고려해 미국발 통상 충격을 최소화하는 현실적 접근법을 도모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민 교수는 "트럼프 임기 4년간 장기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첫 협상에서는 경쟁국들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춰 데미지 관리를 할 정도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통상 압력을 최소화하려면 한국이 트럼프 신정부의 최우선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전략에 한국 기업이 적극 호응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실제로 백악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치적을 홍보하면서 현대차,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백악관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에 우리가 앞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들, 미국에서 구매할 것을 잘 정리해 흑자를 줄여나갈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며 "투자 계획을 모아 일원화 창구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EU·캐나다 등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트집 소지 최소화" 트럼프 관세 전쟁이 무역국인 한국에 큰 부담을 안겨주겠지만 적어도 여타 주요국과 비교해본다면 한국이 처한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쁘지는 않은 상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캐나다, 멕시코, 중국, 유럽연합(EU) 등 국가가 미국의 최우선 압박 대상이 됐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나란히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평가된다.

중국과 전략 경쟁 과정에서 미국이 시급한 조선 산업 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과제' 격인 알래스카 가스 사업에서 한국의 참여도 필요한 상황이라 한국이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EU·캐나다 등 주요국과 큰 차별점이다.

실제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통상 당국자들을 접촉했을 때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국 측은 조선·에너지 분야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는 안덕근 장관
(서울=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2025.2.28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

미국은 방위비 문제도 동맹국을 향한 통상 압박의 명분으로도 삼는 모양새다.

다만, 트럼프 신정부가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을, 유럽에서는 폴란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높은 '모범 사례'로 든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관세 장벽 문제 관리도 한국이 직면한 도전 요인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USTR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을 향한 압박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자국 업계에 비관세 장벽에 관한 각종 불만을 수집 중이다.

이에 환경 규제, 의약품 가격 체계·정부조달 등 기존에 제기된 문제 외에도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한국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요구가 쌓이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영화협회(MPA)가 문제 삼는 한국의 콘텐츠 규제, 해묵은 문제인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비관세 장벽 논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통상 당국도 비관세 장벽 대응이 상호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산업부가 총괄을 맡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하고 산업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미국 측에 설명할 자료를 만드는 등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주 방미를 추진하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 미국 무역·통상 고위급을 접촉해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위한 선제적 노력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관세만 놓고 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위치"라면서도 "상호관세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무역적자인 만큼 관세가 없다고 안심하기보다 비관세 장벽, 환율 같은 것 때문에 트집잡힐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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