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논란 계속될 듯…'반도체 물공급' 수입천댐 '뜨거운 감자'
'찬반 충돌' 제외하고 댐 후보지 9곳 확정…수입천댐 제외확정 댐도 '경제성·환경영향' 재차 평가받아야…야당은 "강행 말라"
이재영
입력 : 2025.03.12 15:47:01
입력 : 2025.03.12 15:47:01

작년 11월 2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강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의견 수렴 공청회장을 찾은 양구 수입천댐 건설 반대 추진위원회가 댐 건설계획 완전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양구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찬반이 갈리는 곳을 제외하고 댐 후보지를 확정했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각국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물 수요를 반영해 계획된 강원 양구군 수입천댐 추진이 보류된 것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는 12일 기후대응댐 후보지 9곳을 포함한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의결했다.
환경부는 늘어날 물 수요와 기후변화로 빈번해질 홍수·가뭄을 대응하는 데 댐이 필요하다면서 2023년 7월 '댐 신설 방침'을 밝히고 2024년 7월 14개 '댐 후보지(안'을 발표했다.
전 정부가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약 5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가 댐을 새로 짓기로 하자 자기 지역에 댐을 지어달라고 '유치'에 나선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매우 거세게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부 댐 후보지(안)에 포함됐으나 이날 후보지로 확정되지 못한 5곳은 지역 내 반대 여론이 특히 컸던 곳이다.
환경부는 '주민 설명회를 열지 못했거나 설명회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곳'과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자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곳'을 후보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에서 빠진 수입천댐은 경기 용인시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 물 공급도 염두에 두고 댐 후보지(안)에 포함된 14곳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환경부가 계획한 14개 댐 후보지(안)의 총저수량이 3억2천만t인데 이 가운데 수입천댐 저수량이 1억t으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과거 가뭄 등을 토대로 분석할 시 2030년에는 연간 7억4천만t의 생활·공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는 고려하지 않은 추정치다.
한강권역은 물 부족량이 3억8천만t일 것으로 추정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돼 물 수요는 늘어나는데 기존 댐에서 추가로 물을 공급할 여력은 없어 물이 부족할 것으로 환경부는 내다봤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 댐인 소양강댐 용수 계약률은 96%에 달한다.
소양강댐이 공급할 수 있는 물 대부분은 어디에 쓸지 이미 정해진 상태라는 것이다.
섬진강댐과 주암댐은 용수 계약률이 100%, 보령댐은 95%, 충주댐은 92%, 안동댐은 91%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통합 용수공급 사업' 계획에 따르면 이 클러스터에 공급될 용수량은 최종적으로 하루 133만t이다.
이는 급수 인원이 300만명이 넘는 인천의 하루 물 사용량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환경부는 낡은 상수도관을 정비하고 지하수저류댐을 설치하는 등의 다른 대안으로는 미래 물 부족량의 82%만 해소할 수 있어 나머지 18%를 해소하려면 댐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댐을 짓지 않아도 물을 부족하지 않게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극한가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1960년대부터 강우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용인시가 포함된) 안성천 중권역에 물 부족이 가장 심했던 1984년과 같은 가뭄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에 수입천댐이 있다면 물 공급을 못하는 날이 하루도 없지만, 댐이 없다면 20일은 수요를 100% 충족할 만큼 물을 공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22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수립(안) 공청회에서 환경단체와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국가전략산업이 중요하다고 이를 명목으로 지역에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변화 시대에 경제성장만큼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물을 저장하는 댐은 탄소배출원 중 하나다.
특히 댐은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혜택받는 지역과 피해받는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대표적인 기반 시설이다.
정부가 댐 주변 정비사업 재원을 2배로 늘리기로 했지만, 그래도 댐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를 전부 보상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강원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소양강댐 때문에 주변이 입은 피해는 6조8천억∼10조원 규모지만 그의 2% 수준만 보상이 이뤄졌다고 추산했다.
환경부는 수입천댐 추진 보류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대안을 검토한 뒤에도 댐이 필요해 추진한다'고 밝혀온 터라 이제 와 대안을 제시하면 스스로 논리가 무너지는 문제도 있다.
수입천댐과 함께 찬반이 강하게 충돌한 충남 청양군 지천댐의 경우 충남도가 주관해 협의체를 구성, 댐 건설 여부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댐 건설을 반대하는 쪽이 협의체 참여도 거부하고 있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추진이 확정된 댐들도 향후 추진 과정이 무난할지 미지수다.
댐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경제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재차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박해철·박홍배·이용우 의원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환경단체는 11일 국회에서 환경부에 기후대응댐 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학영 의원은 "강바닥을 퍼내고 댐을 짓는 것이 더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환경부는 고향을 지키려는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환경단체와 함께 기후대응댐 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환경운동연합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jylee24@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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