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과학계 난민사태'…유럽, 모셔가려 앞다퉈 구애

연구비 삭감·다양성 정책 금지 등에 미국내 과학자들 불안
이도연

입력 : 2025.03.18 21:23:16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 국가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과 프로그램 감축 등에 불안을 느끼는 미국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을 영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내 여러 연구자와 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측 기관에 있는 다양한 직급 연구원들이 이직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과학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연방 보조금 동결, 연방 기관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해고, 생명·보건 연구비 삭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금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주요 과학자들과 관리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에 투명성이 부족하고 법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이후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젊은 과학자들을 포함한 연구자들이 앞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을 떠나려는 연구원들이 증가하고 있고 유럽 내 연구기관들은 뜻밖의 인재 영입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필립 밥티스트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 장관은 주요 연구 기관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 있는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우선 분야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밥티스트 장관은 서한에서 "이미 많은 저명한 연구자들이 미국에서의 미래에 의문을 갖고 있다"라며 "우리는 당연히 그 중 일정 수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고 밝혔다.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엑스-마르세유 대학교는 기후변화 분야 예산 삭감에 위협을 받는 미국에 있는 과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데버러 프렌티스 부총장은 미국에서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는 단체들이 영입 작업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며 "확실히 조직화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프렌티스 부총장은 영국 주요 과학 연구기관들이 인재들의 잠재적인 대서양 횡단 이동을 "레이더에 포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과학협회(AAAS)의 조앤 파드론 카니 공보 책임자는 중국과 프랑스 등이 미국 연구원들을 자국 대학과 연구소, 산업계에 모셔가려고 신나게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이번 기회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리아 렙틴 유럽연구이사회(ERC) 회장은 미국의 정치적 환경이 "독립적인 연구자 중심의 연구"를 낙담시키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의 동료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독립적인 과학 연구가 위협받는다면 유럽의 연구 공동체와 그 자금 지원자들이 국적과 관계없이 환영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dyle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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