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동화마을' 조성에도 인구 감소 못 피한 인천 송월동

근대화 중심지에서 1970년대 이후 쇠락…상권도 침체중구, 벽화 새 단장 계획…관광객 늘리기 주력
황정환

입력 : 2025.03.22 07:01:01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인천항 인근 송월동은 1883년 개항 이후 근대화를 이끌던 상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인천 곳곳에서 개발이 이뤄지면서 송월동은 중심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상권은 침체하고 사람들은 떠나갔다.

과거의 번영을 찾으려고 2013년 명작 동화를 주제로 한 동화마을을 만들었지만, 상권을 부활시키고 주민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역에서는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 중구도 사람들을 불러 모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촬영 황정환]

◇ 1970년 1만명대였던 송월동…반세기 동안 인구 70% 줄어 송월동에는 현재 300세대 이상 아파트가 1곳뿐일 정도로 주민이 많지 않다.

1970년 1만2천181명이던 송월동 인구는 1985년 9천579명으로 15년 사이 2천602명(21.4%)이 줄어들면서 1만명대가 무너졌다.

2012년 인구는 5천959명으로, 1970년의 절반 아래로 줄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중구는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2013년 '송월동 동화마을'을 조성했다.

세계 명작 동화를 주제로 '앨리스길'과 '빨간모자길' 등 11개 길을 만들었다.

골목길에는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이 그려진 벽화와 더불어 잭과 콩나무 전봇대 등 다양한 조형물도 만들었다.

이후 송월동은 관광 명소가 됐지만, 교육시설 등 정주 인프라 부족으로 젊은 세대를 불러 모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동화마을 조성 이후 송월동 인구는 2014년 5천790명에서 2018년 4천명대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3천730명으로 줄었다.

1970년보다 7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40년 넘게 송월동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67)은 "1980년대만 해도 아이들이 제법 있어서 사람 사는 동네 같았지만, 지금은 다들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 밤에는 유령도시 같다"고 말했다.



송월동 동화마을 찾은 외국인
[촬영 황정환]

◇ 동화마을 '콘텐츠 한계'…관광객도 줄어 송월동 동화마을은 인구 감소 속에 콘텐츠 한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관광객 감소도 겪고 있다.

동화마을 안에 있는 관객 참여형 놀이공간인 트릭아트스토리를 찾은 관광객은 2016년 6만8천316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3년 2만18명, 2024년 2만600명 등 2만명대로 줄었다.

카페와 액세서리 가게 등으로 빈 점포가 없었던 동화마을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은 건물들이 많다.

동화마을 조성 초기부터 카페를 운영 중인 왕모(76)씨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문밖에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주말에만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다"고 말했다.

동화마을 상가번영회에 따르면 2022년 30여곳에 달했던 점포는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평일 문을 여는 가게는 7∼8곳에 불과하다.



상가에 붙어있는 '임대 문의' 안내문
[촬영 황정환]

◇ 중구, 벽화 새 단장 계획…관광객 늘리기 주력 중구는 단기간에 인구 증가 방안을 모색하는 게 어렵다고 보고 우선 송월동 동화마을 관광객을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정주 인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는 동화마을을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올해는 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구는 동화마을 중심이 되는 2개 길 가운데 트릭아트스토리 건물이 있는 200m 주요 구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를 주제로 실감 나는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중심길 사이를 잇는 골목길은 '대장소나무와 떠나는 모험'을 테마로 새롭게 단장한다.

나머지 구역에는 세계 동화 장면들을 활용한 포토존을 설치한다.

구는 마을 주민 의견을 듣고 동화마을 구간을 확대할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최철규 동화마을 상가번영회장은 "젊은 층을 세분화해서 각 층의 수요와 기호 등에 맞는 벽화로 단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현재 동화마을에 그려진 벽화들은 통일성이 없어 지난해 디자인 용역을 맡겼다"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촬영 황정환]

hw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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