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달착륙 성공' 한국계 CEO 제이슨김 "개척자 되려 우주 꿈꿨죠"

미 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달 탐사' 첫 시도서 완벽 성공 이끌어미 공군사관학교서 전기공학 전공…공군장교 복무 후 항공우주업계로"한국계 미국인 대표하는 데 자부심…한인들에게 롤모델 되려 노력"
임미나

입력 : 2025.03.23 06:03:02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최고경영자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많은 한국계 미국인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들었지만, 저는 한 번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삶에는 끌려본 적이 없습니다.

늘 개척자(trailblazer)가 되고 싶었죠." 제이슨 김(47)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이하 파이어플라이)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파이어플라이는 이달 초 민간 기업으로는 역대 처음으로 무인 탐사선의 달 착륙을 '완벽하게' 성공시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이처럼 인류의 우주 개척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미국 기업의 수장이 한인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김 CEO는 지난해 10월 파이어플라이의 CEO로 영입된 뒤 이 회사의 역대 가장 중요한 임무를 준비한 4개월여 시간 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첫 번째 달 착륙선 임무를 완벽한 성공으로 이끌었다.

달에 착륙한 우주선 블루 고스트가 찍은 사진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월 15일 지구에서 발사된 파이어플라이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는 한 달 반 동안 지구와 달 궤도를 비행하고 이달 2일 달 앞면의 북동쪽 사분면에 있는 대형 분지 '마레 크리시엄'(Mare Crisium·위난의 바다)에 사뿐히 착륙했다.

이후 태양 빛을 받아 충전이 가능한 '달의 낮' 346시간 동안 100% 성능을 발휘하며 작동했고, 완전히 어두워진 달의 밤(lunar night)을 맞아서도 약 5시간 더 작동해 14일을 넘긴 뒤 지난 16일 임무 수행을 종료했다.

블루 고스트는 달 표면에서 민간 우주선으로는 역대 가장 긴 시간 동안 작동하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첨단기술 장비 10개를 모두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태양이 달 지평선으로 지는 모습을 블루 고스트가 찍은 사진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김 CEO는 "CEO로 취임할 때부터 이미 우리 팀이 매우 유능하고 열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블루 고스트의 성공 비결은 기술적 전문성과 협업, 팀의 확고한 헌신이라는 여러 요소가 결합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임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측면을 철저히 테스트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우리 팀은 미션 운영 전반에 걸쳐 성숙하고 조직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 회사의 CEO를 맡은 뒤 조직 내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 탁월함에 대한 헌신, 혁신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뒀다면서 "우리가 달에 상업용 우주선을 성공적으로 착륙시키고 달 표면에서 가장 긴 임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은 그런 조직문화의 힘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블루 고스트의 달 착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우주선이 달의 한낮에 뜨거운 태양열을 견디는 것이었는데, 팀원들의 협력 덕분에 해결책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고 김 CEO는 전했다.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최고경영자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번 블루 고스트의 임무 성공으로 세계 항공우주 업계의 중요 인사로 떠올랐지만, 처음부터 그가 우주기업 CEO를 목표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텍사스주 댈러스 북쪽 교외 지역에서 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세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이민 1세대인 부모에게서 근면함과 생산적인 삶의 자세를 물려받았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은 과감하게 미국으로 이주했고 결국 미국 시민이 됐다"며 "아버지는 이 나라가 우리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해줬으니 우리도 나라에 보답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고 했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그는 세상을 개척하는 사람이자 국가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어린 시절 전투기 조종사를 꿈꿨고, 우수한 성적으로 미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시력 문제로 결국 파일럿이 될 수 없었고, 대신 전기공학 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에 끌렸고, 사물의 작동 원리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며 "공군사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위를 딴 것이 결국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공군 장교로 7년여간 복무하며 무인 항공기, 정찰기, 위성, 로켓, 지상 시스템 등 항공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은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기업 경영을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자연스럽게 항공우주 업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이후 노스럽 그러먼, 레이시온 등 거대 항공방산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뒤 소형 인공위성을 만드는 스타트업 '밀레니엄 스페이스 시스템스' CEO를 맡아 회사를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이 회사는 보잉에 인수됐고, 이 회사와 사업을 협력하면서 그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눈여겨본 파이어플라이 이사회가 지난해 기존 CEO를 경질하고 그를 영입했다.



블루 고스트가 달 표면을 뚫고 흙을 채취하는 모습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앞으로의 목표로 "우리는 지구와 달 궤도를 비롯해 그 너머의 모든 우주 궤도에서 더 나아간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발사체와 달·궤도 우주선 라인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는 현재 개발 중인 '알파' 로켓의 안정적인 발사와 다수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중형 발사체 개발, 달과 화성 착륙선 임무 수행, 장거리 통신용 달 궤도 우주선 '엘리트라' 발사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한인들을 대표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특히 우주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려 하는 한인들을 비롯해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자 항상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항공우주 산업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면 호기심을 잃지 말고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며 "공학·물리학 등 STEM 학문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 산업에는 예술가나 정책·비즈니스·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주 분야에 열정이 있다면 지금껏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며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재능을 우주 분야에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지구의 모습이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에 반사된 모습을 촬영한 이미지
[Firefly Aerospace/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금지]

min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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