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정말 전쟁터구나”…국내 톱 50대 기업 중 43곳 무대서 사라져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입력 : 2025.03.24 16:30:22 I 수정 : 2025.03.24 16:33:30
입력 : 2025.03.24 16:30:22 I 수정 : 2025.03.24 16:33:30
“섬유·식품·건설→IT·운송·車·유통으로”
국내 대기업 중 40년간 매출 톱 50대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등 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은 금융업종을 제외한 제조 및 서비스 관련 산업군 대상의 연도별 매출 상위 50위 상장 기업들이다. 매출은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이고 중간에 경영 악화 등으로 주인이 바뀐 곳은 40년 연속 50위 기업에서 빠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984년 당시 국내를 대표하는 매출 톱 50대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34조원 수준이었는데 2023년에는 1044조원으로 40년 새 약 30.4배 불어났다.
톱 50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도 1984년에는 매출 2000억원 수준이면 됐으나 2023년에는 5조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1984~2000년 국내 톱 50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매출 외형 체격을 키워왔다.
매출 100조원대로 첫 진입한 시기는 지난 1991년(104조원)이다. 1995년(207조원)에는 200조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1995년 매출은 전년대비 28.3%나 ‘퀀텀 점프’ 했다.
매출 300조원 돌파는 1998년(332조원)에 이뤄냈다. 1984~1999년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평균 16.9%였다. 이후 2004년(413조원)→2008년(626조원)→2010년(752조원)→2011년(801조원)→2021년(976조원)으로 국내 50대 기업의 매출액 앞자리가 달라졌다.
이후 2011년에 800조원대에 진입하고 10년이 지나서야 900조원대를 기록할 수 있었다. 2011~2021년 평균 매출 성장률은 0.9%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른바 이 시기에는 국내 대기업이 성장 침체기를 보인 셈이다.
그러다 2022년에 1098조원으로 처음으로 1000조원대를 찍었다. 다음해인 2023년에는 1044조원으로 전년보다 매출 외형이 감소했으나 1000조원대를 유지했다.
업종별 부침 심해…“섬유·식품·건설→IT·운송·車·유통으로”
이번 조사에서 매출 상위 기업의 40년간 업종별 부침도 컸다.지난 1984년 당시 국내 매출 50위에는 건설사만 14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시기만 해도 건설업은 한국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것이 40여 년이 흐른 2023년에는 3곳 정도만 톱 50에 포함돼 ‘격세지감’을 보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수의 건설사들이 매출 50위 기업 명단에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현대종합상사, 대우, 삼성물산 등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던 무역상사 업체 10여 곳도 1980년대와 1990년대만 해도 톱 50에 다수 진입했으나 2010년대 들면서는 3곳 정도만 과거의 명성을 유지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섬유(패션)와 식품업도 우리나라 주력업종에서 밀려났다.
1980년대 5~6곳 정도가 상위 50위를 꿰찼던 섬유업체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매출 50클럽에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식품업체도 1980년대만 해도 5곳 정도가 상위 50위에 들었으나 지금은 ‘CJ제일제당’ 1곳 정도만 톱 50 자리를 지켜가는 정도다.
CJ제일제당의 경우 1984년 매출 순위는 26위이고, 2023년에는 35위를 기록했으나 2010년대 초반부에 50위에 들지 못한 적도 있어 40년 연속 50위 기업 명단에는 최종 포함되지 못했다.
반면 전자 및 정보통신 등 IT 관련 업종의 성장세는 뚜렷했다.

조선·해운·항공·육상 물류 등 운송업종도 40년 사이 약진했다. 1980년대만 해도 운송 전문업체는 2~3곳에 불과했으나 2020년대에는 6~8곳 정도로 많아졌다.
이 외 석유화학과 에너지(전기·가스·축전지 등), 자동차와 유통업종도 1980~1990년대와 달리 2020년대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의류(섬유), 식품(식품), 주택(건설) 등 내수중심의 ‘의식주’ 업종은 1980년과 1990년대에 주목받으면서 성장해왔고, 이후 무역상사 업체들이 주도를 해오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와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이 강한 업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1984년 이후 주인이 바뀌지 않고 매출 50위 클럽에 40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모두 7곳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은 ▲삼성전자(1984년 8위→2023년 1위) ▲현대자동차(15위→3위) ▲LG전자(9위→8위) ▲삼성물산(1984년 3위→2018년 11위) ▲LG화학(18위→14위) ▲현대건설(4위→19위) ▲대한항공(11위→21위)가 이름을 올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기업 생태계는 마치 갑각류가 탈피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적절한 시기에 혁신과 변화라는 탈피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기업의 운명은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크게 좌우됐다”면서 “리더를 육성하거나 혹은 외부에서 영입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기업의 물적·인적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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