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PEF 부채자료 제출요구 사모펀드의 무리한 인수합병 피인수기업 부실화 잇따르자 금융당국 PEF 제도개편 나서 업계 "MBK 때문에 우리까지" 과도한 규제 나올까 전전긍긍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사모펀드(PEF)에 대해 금융당국이 전방위 점검에 들어간 것은 규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PEF들이 과도한 차입을 통한 인수·합병(M&A)에 주력했고, 피인수 기업을 부실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30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PEF 제도 개선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고, 부채 관련 규제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제도 개편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그간 PEF에 감독 역량을 제한했던 것은 투자자들이 모두 전문성 있는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기관은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PEF와 민사소송으로 매듭짓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투자자가 다수 참여하는 공모펀드의 부실이 곧장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과 상반된 양상이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에서는 단기채권이 일반투자자들에게 대거 판매됐고, 국민연금조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와 관련 업체 종사자들의 피해까지 예상돼 사회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속한 김남근 의원은 "홈플러스와 같이 종사자 수가 많고 거래하는 업체도 광범위한 기업은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PEF 투자를 특별히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호탄이 된 MBK파트너스는 이미 당국의 타깃이 돼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MBK의 홈플러스 회생 신청에 대해 "MBK 측의 홈플러스 변제계획은 거짓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은 사재 출연을 선언했을 뿐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 대다수 국내 PEF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PEF에 대해서만 발을 묶어놓을 경우 해외 PEF들이 국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
MBK가 금융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버린 탓에 최근 폐기물 산업, 항공업 등에서 자금 공급자로서 기업 밸류업 역할을 하고 있는 다른 국내 PEF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MBK는 국내 PEF와 다르게 해외 기관투자자(LP)로부터 주로 돈을 받기 때문에 국내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덜 살필 수 있다. 또한 펀드 규모도 최근 펀드당 10조원(6호 펀드)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1개 딜에 최대 4조~5조원(인수금융 포함)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란 재벌 기업에 대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한다거나 혹은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를 6조원에 산다는 것은 MBK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국내 PEF는 대기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카브아웃딜(사업부 인수)을 주로 한다. MBK가 유독 논란을 빚고 있는데, 국내 PEF 전체가 지탄을 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소상공인 지원을 목적으로 사재 출연을 한 것이 PEF업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EF는 운용사에 불과한데, 대주주가 주로 하는 사재 출연에 나서게 된다면 향후 다른 투자 실패 사례에서도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성공한 펀드더라도 10개 회사에 투자하면 2개 정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사재 출연을 요구하게 되면 누가 투자업에 뛰어들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