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벤처기업들 숨통 터주자”…금융사 벤처투자, 빡빡한 자본 규제 푼다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입력 : 2025.04.11 06:06:46 I 수정 : 2025.04.17 14:05:50
당국, 자기자본비율 규정 완화
정책금융 공동투자땐 인센티브
자산위험가중치 400% → 100%
부동산·부실채권 가중치 완화 검토


여의도 [사진 =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규제를 손본다.

미국 상호관세 조치로 국내 기업 충격이 커지면서 원활한 자금 공급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자기자본 관리에 매여 있는 은행들로선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을 높이는 기업 여신 업무를 꺼릴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달부터 완화한 자본 규정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금융사가 정책금융기관과 손잡고 벤처기업(벤처투자조합)에 투자하는 경우 현재 400%인 자기자본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최대 10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 자금이 기업으로 잘 흐를 수 있도록 규정을 개편한다”며 “금융사가 정책금융기관과 공동 투자할 때 위험가중치를 크게 낮춰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분에 대해 4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벤처기업이 상장사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금융사는 비상장 주식(위험가중치 400%)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은 위험도를 져야 한다.

문제는 벤처 투자에 대한 위험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금융사들이 투자를 꺼린다는 점이다. 투자를 늘릴수록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자본비율은 위험 자산을 가중평가해 총자산을 산출하고,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구한다. 지난해 은행권 총 자본비율은 15.58%로 당국 규제 기준(11.5%)을 웃돈다. 하지만 원화값 급락에 금융회사들이 쥐고 있는 외화 자산 평가액이 줄면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생겼다. 실제 지난해 자본비율은 2023년(15.72%)보다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 벤처투자 문턱까지 높아 돈이 기업으로 제대로 흐르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당국은 벤처기업이 편입한 자산별로도 차등적으로 위험가중치를 매기기로 했다. 종전에는 400%를 적용했지만 앞으로 주식은 정책금융기관 공동 투자나 상장 여부 등에 따라 100~400%, 채권은 신용등급에 따라 20~150%, 부동산은 상업·주거용 등에 따라 20~150% 가중치를 매긴다. 당국은 금융권의 외환 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빡빡한 신용평가 체계도 푼다. 지금까지 신용등급을 받지 못한 기업은 대출·채권 자산에 등급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100% 위험가중치를 매겼지만 해외 기관에서 받은 등급이 있다면 이를 적용해 가중치를 20~100%로 낮춘다.

금융사들의 운영 리스크 부담을 낮추고, 장외파생상품 위험 가중치를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 부동산개발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적용 기준을 완화하고, 투자자 예탁금과 부실채권(NPL) 위험가중치 산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도 협의 중이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과 속도감 있게 논의를 진행해 조속히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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