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락장에 19조 베팅했지만 전체 보관금액은 17% 감소 필라델피아반도체 3배 ETF 테슬라 2배 레버리지상품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몰려 우려
서학개미 매수세에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금이 올해 25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이고 있는 테슬라와 엔비디아부터 각종 레버리지 상품 주가가 순매수 규모를 넘어설 만큼 빠지면서 서학개미의 보유금은 1000억달러가 무너지며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935억달러(약 133조원)로 지난해 말(1121억달러)보다 186억달러(약 26조원)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132억달러(약 19조원)를 순매수하면서 투입한 추가 자금까지 고려하면 올해 주가 하락으로 국내 자금 318억달러(약 45조원)가 증발한 셈이다. 특히 서학개미의 최선호 종목인 테슬라가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하락하면서 잔액 위축을 이끌었다.
올해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해외 주식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약 26억달러어치 순매수하면서 자금을 쏟아넣었지만 주가는 37.52%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와 '미국발 관세 전쟁',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진 등이 악재가 됐다. 지난해 말 약 245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던 테슬라 보관금액은 결국 지난 10일 170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외에 엔비디아·알파벳 등 다른 매그니피센트7 종목에 대해서도 올해 매수 우위를 나타냈지만 모두 보유액 기준으로 수억 달러가 사라졌다.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증시 반등을 노리고 뭉칫돈을 베팅한 레버리지 상품들의 하락 폭도 컸다.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스(TSLL)를 올해 18억달러어치 순매수했지만 70% 수준의 손실을 내면서 보관금액은 2억4000만달러 줄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변동을 3배로 추종하는 ETF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스(SOXL)도 올해 들어 12억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으나 국내 투자자의 보관금액은 1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연초 대비 상승한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와 고배당 상품은 보유금이 늘어났다. 올해 4억6000만달러의 국내 자금이 들어간 팰런티어는 지난 2월 급등했던 주가를 대부분 반납했지만 작년 말 대비 17% 올랐다. 서학개미의 순매수세와 주가 상승에 힘입어 팰런티어 보관금액은 올해 8억달러가량 증가했다. 대표 배당주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SCHD)도 하락장에서 7% 손실에 그치며 올 들어 2억달러 넘게 보관금액이 늘었다.
점차 '미국발 관세 폭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상호관세를 유예한 데 이어 부과 대상에서 스마트폰·컴퓨터 등을 제외한다고 밝히는 등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조치로 직접 수혜를 보는 애플이나 엔비디아 등의 강세가 미국 증시를 견인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10%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실적 우려는 여전하다.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기업들이 관세 영향으로 가이던스(실적 전망) 하향 조정에 대거 나설 수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보편관세로 기업들의 이익 가시성이 떨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 배당마저 줄어들 것"이라며 "나스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나스닥100에 속한 기업들은 보수적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있고 시장지배력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