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中수출 제동 … 고사양 AI칩에 주가회복 달려

홍성용 기자(hsygd@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4.16 18:00:15 I 수정 : 2025.04.16 20:35:12
美, AI저사양칩도 中수출통제
엔비디아 수조원 손실 불보듯
매출·주가 단기 충격 불구
블랙웰 판매 낙관론 힘실려
삼성전자·하이닉스 3%대 뚝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 대중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했다. 해당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에 따라 이번 분기에 엔비디아는 재고 처리 관련 비용으로 수조 원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 반도체 규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반도체 지표인 'KRX 반도체 지수'는 3.59% 급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H20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도 받았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H20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새 규제의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15일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1.3% 상승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3% 급락했다.

미국 정부는 H20 수 개를 활용하면 고성능 AI로 전용할 수 있어 수준 높은 AI 연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H20은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나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8% 가까이 폭락하게 했던 중국의 딥시크도 H20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20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블랙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장착할 수 있어 일부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난해 연간 H20 칩 매출은 120억~15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부터 생산한 신형 칩 블랙웰은 4분기에만 매출 1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엔비디아는 2026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달러(약 7조8567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 미이행 구매 계약, 관련 충당금 등 수출이 불가능해진 데 따른 손실이다.

텐센트를 비롯해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와 AI 스타트업은 엔비디아에 H20을 130만개, 160억달러(약 22조8000억원) 이상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로 이들 공급이 막히게 된다.

엔비디아는 2023년부터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로 중국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번 조치로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사실상 퇴출당하면 화웨이 등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가 AI 칩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중국 AI시장을 화웨이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엔비디아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소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H20에 탑재되는 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즉각적인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3.65% 하락한 17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까지 2거래일 연속으로 올랐던 삼성전자도 하락 전환하면서 주가가 3.36%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HBM 밸류체인에 속하는 한미반도체 역시 4.29% 내린 6만4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반도체 업종의 겹악재에도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섹터에 대한 중장기 낙관론을 펼친다. 관세와 수출 규제 등 각종 우려가 모두 반영되며 반도체주 주가가 바닥권을 찍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 발표 기간을 기점으로 반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와 HBM 수요가 우려보다 양호한 상황이고 블랙웰 판매도 기대 이상"이라며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수치가 제시되면 '안도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성용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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