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되레 움츠러들었다.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급락했고, 알트코인 시장은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띄운 밈코인 논란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 1월 20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3조530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목전에 둔 이달 28일 약 3조287억달러로 14.20%가량 증발했다.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두고 지난 1월 19일 10만2500달러에서 단숨에 10만9191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10만600달러대로 내려앉았고, 한동안 9만달러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3월 7일에는 기대를 모았던 백악관 크립토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시장이 즉각 얼어붙었다.
미국 연합정부 차원의 추가 비축 기대감에 9만5000달러 선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회담 직후 8만60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자 7만6873달러까지 밀리며 최고가 대비 27% 급락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보다 낙폭이 더 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1월 20일) 대비 25일 기준 이더리움은 44% 하락했다. 솔라나는 40% 빠졌고 리플(XRP)과 도지코인은 각각 23%, 4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7.29% 하락에 그쳤다.
특히 밈코인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의 당사자로 등장하며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 그는 취임 직전 공식 밈코인인 '오피셜 트럼프'를 출시했다. 이틀 만에 44달러대까지 급등했으나 10여 일 만에 2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개입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지난 24일에는 오피셜 트럼프 상위 보유자 220명을 백악관 오찬에 초대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소식이 알려지자 오피셜 트럼프 가격은 하루 새 60% 가까이 폭등했다가 이내 상승분을 반납하고 14달러대로 주저앉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구체화하기 전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하락한 건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