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세계경제 혼란초래"…APEC 회의서 미 직격한 중국
리청강 中부부장, 그리어 USTR 대표 앞에서 "회원국들, 함께 반대하자" 여론전'관세전쟁 휴전'에도 대립각은 여전…'공동성명 양보'로 갈등 수위는 조절
차대운
입력 : 2025.05.18 07:01:01
입력 : 2025.05.18 07:01:01

(서울=연합뉴스) 15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앞줄 왼쪽),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앞줄 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2025.5.15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끝)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최근 90일간 관세 전쟁 '휴전'에 들어갔지만 지난 15∼16일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중국이 여러 회원국들이 보는 앞에서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양국 간 대립각이 여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은 21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발언 순서가 오자 '특정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상호 관세를 일방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다자무역체제에 충격을 주고, 세계 경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리 부부장이 언급한 '특정국'은 미국을 가리킨다.
중국은 미중 갈등 상황과 관련해 외교적으로 미국을 비판할 때 직접적으로 국가명을 거명하는 대신 '특정국' 식의 표현을 써온 경우가 많다.
리 부부장은 이어 많은 회원국이 미국의 조치에 강력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서 APEC 회원국들이 다자주의 실천에 나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 부부장이 이처럼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비판 발언을 하는 동안 당시 회의장에는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회의장에 머무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5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 직전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입장하고 있다.2025.5.15 jihopark@yna.co.kr(끝)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이 약화한 상황에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100% 넘는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던 미국과 중국이 최근 90일간 '휴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기본적으로 대립각을 이어 나가면서도 갈등 관리 차원의 수위 조절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리 부부장은 그리어 대표의 면전에서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지만 그리어 대표가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 대신 중국어로 발언했다.
한 통상 소식통은 "리 부부장이 원래 영어가 유창해 국제 회의장에서 영어를 잘 쓰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판단에서인지 중국어로 발언했다"며 "아마도 발언 내용상 곧바로 이해되는 영어보다는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중국어를 선택해 수위를 조절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은 당초 만장일치로 채택되는 이번 통상장관회의 공동성명 문안 조율 과정에서 막판까지 '다자주의 강조', '보호주의 반대' 취지의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이런 표현이 담기는 데 반대하자 주최국인 한국의 적극적인 조정 요청을 막판에 수용해 공동성명 수위 낮추기에 동의함으로써 극적으로 APEC 통상장관회담 공동성명 도출이 가능할 수 있었다.
여기에 최근 이뤄진 미중 제네바 합의 주역이기도 한 그리어 대표와 리 부부장은 공동 회의장에서는 강한 긴장감을 형성했지만 별도로 양자 회담을 별도로 열어 제네바 합의 이행 등 공동 관심사에 관한 논의하는 등 양국 간 대화 동력 유지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관세 폭탄'을 주고받던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하는 '휴전'에 합의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간 관세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많다.
블룸버그 통신은 13∼14일(현지시간) 아시아·유럽·미국 투자기관 관계자 2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6개월 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율 전망치(중간값)가 30%였다고 15일 보도한 바 있다.
ch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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