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들어오면 끝장입니다”...‘벌레 박멸’ 삼매경에 빠져있다는 인천항 [르포]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5.19 06:43:41
입력 : 2025.05.19 06:43:41
인천항 내항 선상·식물 검역현장 가보니

지난 15일 찾은 인천항에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입항한 5만7000t급 선박이 검역을 위해 정박 중이었다. 방역복을 착용한 검역관이 소맥(밀가루 원료)이 8000t에서 최대 1만2000t씩 실린 다섯 개 화물칸(홀드)을 일일이 돌며 샘플을 채취하고 병해충 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벌레 사체나 알, 식물 병해 흔적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곧바로 정밀 검역을 의뢰하고, 필요시 전량 소독 처리 또는 반송 폐기 절차를 거친다.
인천항에서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냉장 창고는 수입 식물과 화훼류를 보관하고 검역하는 전초기지다. 하루에도 수천 건의 농산물과 생화가 검역 절차를 거친다.
검역관들은 이날 중국에서 수입된 국화 22만본 가운데 무작위로 뽑힌 1200개 샘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흰 시트지에 꽃을 거꾸로 세워 터는 수작업으로 총채벌레 유무를 판별했다.

검역관 A씨는 “품목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들어오는 물량의 2% 정도를 랜덤으로 검역한다”면서 “검역을 거친 상품은 소각장으로 가며 수입업자가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단 외래 해충이 유입되면 국내 농가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불러일으킨다. 2010~2011년 충남 공주 사과밭과 전남 구례 산수유 마을을 뒤흔든 ‘갈색날개매미충’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해충은 과실나무 가지에서 즙을 빨아먹으며 나무를 고사시킨다.
2013년 718ha였던 갈색날개매미충 발생 면적은 2023년 1만ha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확산됐다. 조규황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1과장은 “검역이 중요한 이유는 병해충이 들어와 정착하면 수년간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어도 완적 박멸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검역 물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던 2020년 155만6000건이던 수출입 검역 건수는 지난해 232만3000건으로 61% 이상 늘었다.
특히 해외 직구 확산으로 과일, 채소, 목재, 종자 등 일반 소비자 대상 농축산물 검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7조9583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물류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검역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검역본부는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검역 기기를 인천공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현재도 인력이 빠듯한데 물량은 계속 늘고 있다”며 “AI 검역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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