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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1조4천억원 규모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1공구(이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공사에 1개 건설사 컨소시엄만 입찰이 가능해 사실상 수의 계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입찰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한 곳뿐이라는 이유에서지만, 업계 일각에선 자격 기준 자체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전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공사와 관련해 입찰 재공고를 냈다.

지난달 진행한 1차 입찰이 현대건설 컨소시엄(GS건설·대보건설·금호건설·강산건설·ESI 등 참여)의 단독 참여 형식이 돼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건설 컨소시엄(남광토건·극동건설·태영건설·중흥토건·세운건설 등 참여)도 입찰에 참여했으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다.

LH가 PQ 평가 기준금액으로 사업비와 같은 '단지 조성 공사 실적 1조3천814억원'을 제시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해서다.

이에 따라 LH가 재입찰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지난 1차 입찰 때와 동일한 기준을 재차 제시해 경쟁 입찰이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준 자체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대규모 공공 공사는 이처럼 경쟁입찰이 어려운 경우 기준을 낮추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예컨대 사업비가 10조5천억원에 이르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경우 평가 기준을 공항 800억원 이상, 항만 900억원 이상, 교량 2천400억원 이상 실적을 보유하면 시공경험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차까지도 지원한 건설사 컨소시엄이 1곳에 그치자 공동 수급 허용 건설사 수를 늘리고 공사 기간도 연장했다.

LH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마찬가지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R)로 발주한 구리갈매역세권, 성남금토 등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와 관련해선 평가 기준을 금액이 아닌 면적으로 제시해 입찰 문호를 넓혔다.

이와 달리 사실상 경쟁이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기존 입찰 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2차 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공공 공사의 경쟁입찰 원칙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LH도 입찰 공고를 하기 전에 이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몇 개 업체가 참여할 수 있을지를 다 안다"며 "1차 입찰 공고 때 경쟁입찰이 안됐는데 재공고까지 같은 기준으로 한 것은 통과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1공구는 총사업비가 1조4천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로, 2030년 말 시작될 반도체 공장 가동을 위한 높은 수준의 시공 역량이 요구된다"며 "현 PQ 기준은 초대형 공사 규모와 특성을 감안할 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이동읍 일대 용인국가산단 부지 728만㎡(약 220만 평)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LH가 이번에 발주한 조성공사는 이 중 494만㎡ 부지에 토공, 관로공, 배수지, 옹벽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당 부지에는 추후 반도체 제조공장과 발전소, 소부장 협력기업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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