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국채 투매…30년물 금리 5% 돌파(종합2보)
재정적자·국가부채 악화 우려에 국채 '신뢰' 흔들 "투자자들 '티핑 포인트' 파악 애써"
황정우
입력 : 2025.05.22 11:13:30
입력 : 2025.05.22 11:13:30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황정우 기자 =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21일(현지시간) 급등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 미 국채 입찰에서 저조한 응찰 등이 겹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여파로 물가가 오르고 미국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연방정부 재정적자 확대와 부채 증가가 미 국채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시장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 30년물 금리 '심리적 저항선' 5% 돌파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5.09%로 전장 대비 12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30년물 금리는 장 중 한때 5.1% 선에 육박하며 지난 2023년 11월 초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틀 전 장 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5%를 넘어 5.01%를 찍은 뒤 다시 훌쩍 뛰어올랐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같은 시간 4.60%로 전장 대비 12bp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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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세 태풍' 덮치나…"10년간 재정적자 3천400조원 증가" 이날 장기국채 금리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와 국경 강화 예산 등이 포괄적으로 들어간 이른바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메가 법안)에 대한 공화당 내 반대파를 압박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 의사당을 찾아 비공개로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반대파를 향해 설득과 압박을 시도했다.
당내 반대파는 크게 보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에 대한 추가 삭감을 요구하는 그룹과 SALT(연방 및 지방정부 세금) 공제 한도 추가 상향을 원하는 그룹으로 가를 수 있다.
한편에선 재정 지출을 더 줄이라고 요구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재정 지출 삭감 폭을 축소하라고 요구한다.
미 의회 산하 의회예산국(CBO)과 합동조세위원회(KCT)는 메가 법안 초안이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2조5천억(약 3천44조원)~3조달러(약 4천130조원)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고 추산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6일부터 의회가 메모리얼데이(현충일) 휴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메가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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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디스 등급 강등…123% 찍은 국가부채 비율 계속 상승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해온 무디스가 지난 16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피치는 2023년에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씩 하향한 바 있다.
S&P의 전격적인 등급 강등 당시 달러화가 급락하고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미 무디스가 2023년에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정적'으로 낮춰 사실상 예고된 강등이라는 인식에 뉴욕 증시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증하는 미국 국가 부채가 시장에서 다시 상기됐다.
무디스는 "지난 10여년간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해왔다"면서 "이 기간 재정지출은 증가한 반면 감세 정책으로 재정수입은 감소했다"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무디스는 "재정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기준으로 부채를 유지하는 데만 6천840억달러가 들어가며 이는 2025회계연도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2024회계연도에 연방정부는 평균 3.32% 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연방정부의 이자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무디스의 등급 강등에 대해 부채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중요한 숫자"라면서 "우리는 부채가 증가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GDP를 늘릴 것이며 그러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100%를 넘었으며 지난해 123%를 찍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 이날 미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은 20년물 입찰 결과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20년물은 10년물, 30년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고 월가의 주목도도 낮지만,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이뤄진 첫 국채 입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160억달러 규모의 입찰에서 응찰률은 2.46배로, 직전 6회 평균 응찰률(2.57배)에 다소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투자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간접 낙찰률은 69.0%로 전월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전월보다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이번 입찰에서 외국인 투자자 수요는 큰 변화가 없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입찰 결과는 어떻게 봐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수준도 아니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입찰 결과는 미국 장기 국채 시장에서 벌어지는 매도 압력이 단기간에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 일본·독일 장기물과 금리차도 좁혀져 또한 최근 일본과 유로존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미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좁혀진 점도 미국 채권의 매력도 약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 일본 국채 시장에서는 30년물과 40년물 국채 금리가 최고치로 치솟았다.
장 중 한때 30년물 금리는 3.185%, 40년물 금리는 3.635%까지 각각 올랐다.
20년물 금리도 200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2.575%까지 상승했다.
오는 7월 20일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소비세 감세 논의가 이러한 장기국채 금리 급등을 촉발했다.
감세에 반대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우리나라(일본)의 재정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며 "그리스보다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023년 기준 250%다.
그리스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던 2009년의 127%보다 훨씬 높다.
지난 3월 초 독일도 전후 최대 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꼽히는 향후 10년간 5천억유로(793조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조성해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본법(헌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2월 말 2.4% 수준이던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2.9%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개정안 의회 통과 이후 금리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현재는 2.6% 선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프리드리히 하이네만은 기본법 개정으로 독일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현재 62%에서 이르면 2034년 1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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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시장 '자경단' 트럼프에 경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은 전후 세계 경제 질서의 중심축이 돼 온 달러화 패권 지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신뢰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나타난 미 국채 금리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시행을 전격 유예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관세로 인해 미국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 외국인들이 미국 국채에 재투자할 달러가 줄어드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국채를 찍어내면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더는 사지 않는 '채권시장 자경단'이 발동된다는 우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관세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의 효과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일단 금리 인하를 유보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금리인하도 물 건너갔다는 시장 의견이 다수다.
이날 미 국채 금리 급등은 '메가 법안' 통과를 앞두고 채권 시장이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라이트슨 ICAP의 크랜달은 투자자들이 정부 부채 수준이 심각한 시장 혼란을 촉발할 만큼 시장을 놀라게 하는 '티핑 포인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부채 수준은 경제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아직 우리를 무너뜨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 국채와 관련 자산에 투자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논의는 실제 투자자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인 고성장 경제이며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안전하고 건전한 경제"라고 강조했다.
jungwo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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