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엔비디아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밸류체인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가 연이틀 상승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스트럭처를 향한 수요가 우려보다 견조하다는 점이 부각되자 데이터센터와 전력 관련 종목들도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2700선에 안착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92% 오른 2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2거래일을 연달아 상승하면서 2개월여 만에 21만원 선에 복귀했다. 엔비디아향 HBM 납품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날 0.36% 상승하면서 보합권에 머물렀다.

AI 산업 인프라 확대 기대감에 건설주와 원전·전력기기 종목도 주가가 치솟았다.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전날 대비 10.03% 오른 6만6900원에 마감했다. 52주 신고가 기록이다.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수혜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도 6.03%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LS일렉트릭(2.62%)과 효성중공업(4.71%) 등 국내 전력기기 종목들도 주가가 뛰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9% 오른 2720.64로 마감하면서 지난해 8월 1일 이후 최고치에 올랐다. 약 10개월 만에 종가 기준 2700선을 탈환한 상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수요를 재확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이 분기 기준 69% 증가하는 가운데 AI 반도체 등이 포함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391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73%, 전 분기 대비 10%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4.89% 급등했다.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진행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당순이익 96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시장 예상치 93센트를 상회했다. 매출은 440억6000만달러로 예상치인 433억1000만달러를 넘었다. 다음 분기 예상 매출 가이던스는 450억달러로 시장 기대치인 459억달러보다 소폭 낮았다. 엔비디아는 최근 중국 수출 제한으로 인해 H20 칩의 매출 손실이 없었다면 가이던스가 약 80억달러 더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어닝 콜에서 황 CEO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규제 아래에서 호퍼를 다운그레이드할 수 없다”면서 “중국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흥미로운 제품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연구자들의 고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고 미국 내 온쇼어링을 강화하며 세계가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훌륭한 비전”이라고 답하면서 치켜세웠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해오던 H20 칩에 대해 수출을 금지시켰다. 엔비디아는 이 칩의 재고로 인해 45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했고, 수출이 제한되지 않았다면 25억달러의 추가 매출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엔비디아가 관세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고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 속에서 또 한번 강력한 분기 성장을 이뤄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