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무이자 경제 옹호"…고물가 속 저금리 철학 강조

김동호

입력 : 2025.05.31 04:24:02


30일(현지시간) 연설하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튀르키예 대통령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나는 앞으로도 무이자 경제를 옹호하기 위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고 아나돌루 통신, 일간 사바흐 등 현지 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글로벌이슬람경제정상회의(GIES) 연설에서 "나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소득 정의를 무너뜨리고, 수십억명을 소수 자본가의 노예로 만드는 왜곡된 시스템을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자나, 이자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가 과거 한동안 고수했던 저금리 정책으로 유턴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지난 2년간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룬 경제 프로그램을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이행하겠다"며 최종 목표가 물가상승률 한 자릿수라고 언급하는 등 고금리로 물가를 억제하는 현 통화정책 기조를 당분간은 이어갈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를 통해 생산과 투자, 수출을 늘리고 경상수지를 개선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또 이슬람주의를 통치 이념으로 활용하는 그는 이자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하는 이슬람금융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수년째 살인적 물가와 리라화 폭락을 겪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10월 85.5%까지 폭등했을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회수할 때 튀르키예 혼자 저금리를 유지하는 비정통적 정책을 고집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2023년 5월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한 직후부터 2년간 기준금리를 무려 50.0%까지 끌어올리는 '정책 유턴'을 단행해 일부 효과를 보는 듯했고, 이에 작년 1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다시 내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 여파에 국내 정치 불안정까지 겹치며 재차 인플레이션 신호가 잡히자 지난달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했다.

튀르키예의 이달 소비자물가는 2021년 12월(36.1%)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저치인 37.9%를 기록하며 11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재 기준금리는 46.0%다.

d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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