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법제화 '카운트다운'…금융사 '실전 준비' 분주

조각투자 대중화 계기…여야 이견 없어 대선 뒤 법안 통과 전망 증권사 등 IT업계와 대응 역량 키우기…업무협약·M&A 등 잇달아
김태균

입력 : 2025.06.01 06:30:01
조각투자 대중화 계기…여야 이견 없어 대선 뒤 법안 통과 전망 증권사 등 IT업계와 대응 역량 키우기…업무협약·M&A 등 잇달아

토큰 증권 일러스트
토큰 증권과 토큰 증권 발행(STO) 산업.[챗GPT 제작]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금융업계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토큰증권(ST·Security Token)이 대통령선거 뒤 법제화가 확실시되면서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주요 금융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토큰증권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로 안정성과 편의성을 강화한 디지털 증권이다.

부동산, 원자재, 가축, 저작물 등 투자가 까다로운 자산을 쪼개 손쉽게 지분을 소유하는 '조각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어, 금융투자 상품을 다변화하려는 증권사 등의 관심이 크다.

단 토큰증권은 주류 금융권에선 생소한 블록체인 기술을 쓰는 데다 발행·유통 면에서 기존 증권과 차이가 있어, 금융사들은 전문 IT 업체와의 협업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실전 역량'을 가다듬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정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토큰증권 법제화 법안(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은 대선 뒤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토큰증권의 혁신 촉진 효과에 대해 여야 이견이 없는 데다, 이 상품이 실물 자산과 연계되어 있고 기본 지위가 '증권'이라 제도권 안착이 쉽기 때문이다.

이재명·김문수 대선후보는 모두 공약에서 토큰증권의 조속한 법제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토큰증권은 최근 수년 사이 핀테크 업계에서 상용화 시도가 활발했지만, 자본시장법 등에 관련 규정이 없어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 영역'에 갇혀 있었다.

주요 금융사의 진출이 불가능하고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다는 제약 탓에 소형 조각투자 업체들이 '이색 실험' 상품으로만 취급했다.

토큰증권 합법화 법안은 이미 지난 21대 국회 때 여야 합의가 성사됐지만, 국회 공전이라는 외부 악재 탓에 통과가 불발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논의가 완료됐지만, 계엄·탄핵 사태의 여파로 법안 처리가 또 지연됐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자산 연계 암호화폐)이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규제 적합성 등 면에서 정계에서 이견이 존재하지만 토큰증권은 상황이 다르다.

디지털 자산 중 가장 '안전한 혁신'이라는 여야 합의가 있는 만큼 차기 정부 출범 뒤 무난한 법제화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 발행(STO) 등과 관련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금융사들의 협업 사례도 잇따른다.

하나증권은 지난 달 30일 STO 전문 업체 바이셀스탠다드와 업무협약(MOU)을 맺는다고 발표했다.

토큰증권의 연계 자산 발굴, 상품 구조화,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 등을 추진해 토큰증권의 '실전 단계'를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시계, 미술품, 선박, 지적재산(IP) 등의 여러 자산을 STO를 거쳐 간편하게 투자 상품화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017670]과 함께 '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NFI)를 구성하고 토큰증권 관련 시스템의 개발을 끝냈다.

신한투자증권은 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과 손잡고 '펄스'(PULS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글로벌이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인프라를 만들고, 신한증권과 SK증권이 상품 고도화와 규제 대응 등에 관해 조언을 맡는 구조다.

NH투자증권[005940]은 농협은행, 케이뱅크, 조각투자 업체 '펀블' 등과 함께 STO 비전 그룹을 결성해 토큰증권 생태계의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KB증권도 조각투자 업체와 IT 기업 등과 연합해 'ST 오너스' 협의체를 만들고, 토큰증권의 안정적 발행 모델을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

대신증권[003540]은 토큰증권 역량을 강화하고자 일찌감치 2023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를 인수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토큰증권 법제화가 성사되면 단기적으로는 새 조각투자 상품의 출시가 대거 늘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자산의 인기와 친숙함 등을 볼 때 부동산 지분에 관한 토큰증권의 인기가 급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채권 등 기존 증권의 '토큰증권화'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토큰증권은 디지털 증서인 만큼 프로그래밍과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자동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데다, 블록체인 특성 덕에 중앙관리기관이나 중개업자 없이도 안정적 매매가 가능해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ta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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