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세대 활력 보고서] "인생후반전 설렌다" 은퇴 준비 김광희씨

"소방관리자 등 자격 도전…빈둥대는 노년, 내가 원하는 모습 아냐""아내·자녀와 더 많은 추억 쌓을 것" "틈틈이 했던 봉사활동 더 열심히"
이강일

입력 : 2025.06.01 06:45:01
[※ 편집자 주 = 20대부터 민주화를 이끌었던 '86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알아요'를 외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따라 추던 엑스(X)세대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넘쳐나는 활력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어쩌다 보니 시니어가 된 세대, 연합뉴스는 86세대 중 처음으로 올해 노인연령(65세 이상)에 편입되는 1960년생부터 올해 50세가 되는 1975년생까지를 액티브한 시니어 세대, 즉 '액시세대'로 보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액시세대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지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액시세대의 고용, 소비, 여가 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매주 일요일 소개합니다.]

나무심기 봉사하는 김광희 사무관
[김광희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어느 광고에서 나왔던 말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2막은 지나간 30여년 직장 생활보다 더 활력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구 수성구청에서 33년간 근무하고 이달 말 공직 생활을 마감하는 김광희(60)씨.

그는 그동안 미뤄뒀던 '꿈'들을 실천할 기대감에 요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직후 9급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취업 준비 당시 기업 등도 생각했지만 국민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봉사하는 보람도 찾기 위해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홍보·공보 업무부서에서 주로 일했다.

7·6·5급 때 모두 한 번씩 이 분야를 거치며 근무해 대구지역 언론 분야 종사자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타 부서에 근무할 때도 특유의 활달한 성격으로 소통력이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

마지막 공직이었던 범어4동장을 할 때는 동네가 '떠들썩해서는 안 되는' 대구 최대의 학원 밀집가인 탓에 주민들끼리 소통이 다른 동네에 비해 덜한 것을 보고 직원들과 주민 단합을 위한 체육대회를 기획하고 개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동장 재직 때 다른 자치단체와 교류 모습
[김광희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누구 못지않게 활발한 공직 생활을 했던 김씨는 앞으로 남은 인생 2막에 대해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처음 며칠은 알람을 켜지 않고 잠부터 실컷 자 볼 계획이다.

30년 넘게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반복했던 틀을 깨고 자유로움을 만끽해볼 작정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잠을 자 보고 몸에 활력이 돌아오면 20대 때 군대 생활을 할 때처럼 매일 계획을 세우고 20대 때처럼 살아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장기 해외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핑계로 젊었을 때 잘해주지 못해 늘 미안했던 아내와 함께 여행하며 반평생을 같이 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예정이다.

또 지금은 성인이 된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예전에는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바빠서 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애들이 좀 더 성장하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낼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만 하다가 세월이 다 흘러갔네요" 그는 자녀들이 결혼해 곁을 떠나기 전까지 함께 하며 더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골프도 배워볼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친한 친구들이 모두 골프채를 들고 필드로 나가고, 세 명 이상 모이기만 하면 골프 관련 이야기를 할 때도 그는 골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후배 공무원들이 골프를 배우러 다닐 때도 공무원이라는 직업 때문에 골프를 치다가 뜻하지 않는 구설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는 골프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말이면 법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벗게 되는 만큼 평범한 시민 입장에서 골프도 배우고, 젊었을 때 못해본 필드 라운딩을 해볼 생각이다.

짜장면 봉사하는 김광희 사무관
[김광희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가 여행이나 운동 등 여가 계획만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씨는 최근 소방 관리자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는 등 퇴직 이후 생계유지와 관련한 계획도 세웠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소방 관리자가 되는 것이 그동안 공무원을 하면서 쌓은 경험을 사회에 되돌려주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서다.

자격증을 따 건물관리인으로 재취업해 30년 넘는 공직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인생 2막을 살 생각이다.

"아직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은 데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시간만 보내는 그런 '뒷방 늙은이'가 되면 안 되잖아요.

60살 이후부터 삶은 꽉 짜인 계획에 따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직장생활을 틈틈이 했던 봉사활동도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 10여명과 함께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 등을 모아 대구 남구 대명동 나눔공동체에서 짜장면 나눔 행사를 하면서 시작한 봉사단체는 지금은 중구의 한 교회에서 장소를 제공받아 매월 1차례 어려운 이웃들에게 짜장면 점심을 제공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퇴직하면 공직 생활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여유시간이 생기는 만큼 그는 짜장면 봉사 말고도 다른 봉사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도 찾아보고 있다.

짜장면 봉사하는 김광희 사무관
[김광희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는 "아직 한 달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새롭게 시작할 인생 후반전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아직은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자식과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젊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못했던 일을 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leeki@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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