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눈물의 폭탄 배당

입력 : 2023.03.27 08:20:08
제목 : 락앤락, 눈물의 폭탄 배당
상환금 마련 위해 자회사에서 배당금 꺼내와 영업이익률 6%→0.4% 급감...'신성장동력' 소형가전 약세

[톱데일리] 락앤락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규모의 배당을 진행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락앤락 인수 당시 빌린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대폭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락앤락은 약 83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별도기준 락앤락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17억원으로 배당성향은 160%에 달한다. 지난해 진행한 14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을 더하면 락앤락은 연간 주주환원에 1000억원 가까이 지출한 것으로 집계된다.

락앤락의 지난해 실적은 저조했다.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식품보관용기 사업부 매출이 전년대비 약 10% 하락한 1700여억원을 나타냈다. 락앤락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소형가전 부문 매출도 연매출이 전년보다 2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 2020년 락앤락이 소형가전 사업부 역량 강화를 위해 약 145억원을 들여 인수한 락커룸코퍼레이션(옛 제니퍼룸)도 순손실 전환되며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냈다. 지난해 말 락커룸코퍼레이션의 부채는 18억원, 자본총계는 1300만원으로 회사 존폐위기에 몰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락앤락은 락커룸코퍼레이션 장부가액 전액 14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계상했다.

락앤락 매출은 떨어졌지만, 매출원가와 판매비 등 비용계정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그 결과 연결 기준 지난해 락앤락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약 93% 하락한 23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률도 6%에서 0.4%로 뒷걸음질 쳤다. 같은기간 약 160억원의 당기순이익은 150억원 가량의 순손실로 전환됐다.

락앤락 실적은 별도기준과 연결기준 사이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별도기준 락앤락은 지난해 51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별도기준 실적은 주로 락앤락의 국내 사업을 담당하는 본사 실적을 반영한다. 락앤락은 최근 수년간 줄곧 국내에서 영업손실을 내왔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흐름을 끊어내지 못하고 8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순이익 규모는 55억원에서 517억원으로 9배 이상 커졌다.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크게 증가한 별도기준 순이익의 비결은 배당금이었다. 락앤락은 해외 자회사에 쌓인 이익잉여금을 끌어다 배당 재원으로 활용했다. ▲락앤락일용품(소주)유한공사(137억원) ▲상해락앤락무역유한공사(197억원) ▲북경락앤락무역유한공사(54억원) ▲락앤락무역(심천)유한공사(37억원) ▲LOCK&LOCK HN CO., LTD(104억원) ▲LOCK&LOCK HCM CO., LTD(195억원) 등 계열사가 모회사 락앤락으로 725억원을 배당했다.

이렇게 모인 배당재원은 락앤락 최대주주이자 어피니티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인 컨슈머 스트랭스로 과반 이상 흘러 들어갔다. 지난해 말 기준 컨슈머 스트랭스는 락앤락 지분 69.64%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을 감안하면 컨슈머 스트랭스는 약 58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락앤락이 꾸준히 자기주식을 매입 후 소각해왔던 것도 배당을 실행하기 위한 사전작업 성격을 띤 것으로 관측된다. 어피니티는 락앤락 인수 이듬해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매년 자기주식을 소각해 63.56%로 시작했던 지분율을 약 70%까지 끌어올렸다.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락앤락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 375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차입 담보로는 락앤락 주식이 제공됐다. 해당 계약의 만기는 지난해 말 도래했고, 어피니티는 600억원을 우선 상환하는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했다. 어피니티는 지난 당초 4%대 금리로 돈을 빌렸지만, 만기가 연장되며 금리가 9%대로 뛰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른 데다가 락앤락 주가가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해 어피니티가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컨슈머 스트랭스는 자본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목적의 SPC의 경우 포트포리오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엔 별다른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선 어피니티가 직·간접적으로 SPC에 추가 자금을 불어넣어야 했는데, 이러한 경우 실무상 사모펀드(PEF) 출자자(LP)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내리막을 걷고 있는 락앤락 실적과 주가흐름을 고려하면, 추가 출자에 대해 LP의 호응을 얻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가 락앤락 배당금을 이용해 상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이다.

락앤락은 경영 성과를 투자자들과 나누기 위해 배당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효과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올해에는 개선될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락앤락은 "최근 수년간 외생변수로 인한 부정적 영업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거두며 안정적으로 성장한 락앤락의 성과를 투자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배당을 결정했다"며 "이와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입한 본사로의 현금 모으기 등 재무적 효율화 및 합리화 방안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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