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석수선의 K-디자인 이야기…감정을 설계하는 시대-②

이세영

입력 : 2025.06.08 11:50:59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본인 제공

◇ 프랑스와 사우디의 '색다른' 관광 플랫폼 프랑스 파리 관광청의 'Paris je t'aime' 플랫폼은 관광 정보 제공을 넘어서, 사용자 감정에 기반한 큐레이션 구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디지털 여행 플랫폼이다.

이 서비스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 단장했다.

팬데믹 이후 변화한 여행자의 감정, 관심사, 체험 욕구에 맞춰 파리라는 도시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

관광청은 이 플랫폼을 통해 단기적 여행 정보 제공을 넘어, 감정적 몰입이 가능한 여정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Paris je t'aime'는 장소 추천만이 아닌, 사용자의 감정 상태, 여행 목적, 선호 테마에 따라 파리라는 도시를 감성적으로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예술, 역사, 음식, 건축 등 다양한 문화 자산을 테마별로 재구성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감성 키워드를 선택해 개인화된 여정을 탐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술을 좋아하는 여행자는 피카소와 피아프의 흔적을 쫓는 여정을 선택할 수 있고,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방문자는 몽마르트르의 '사랑해'(Le Mur des Je t'aime) 벽과 같은 감성적 공간 중심으로 큐레이션된 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파리 관광청 'Paris je t'aime'
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이 플랫폼의 핵심은 파리를 관광하며 보는 도시가 아니라, 내면화할 수 있는 감정의 무대로 전환하는 데 있다.

감정 기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반응과 감성적 선호에 따라 콘텐츠를 자동으로 조정하며, 추천 경로와 여행지 설명 역시 정서적 흐름을 고려해 배치된다.

사용자 리뷰와 SNS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한 쌍방향성 기능도 강화돼있다.

사용자 간 공유와 공감 역시 하나의 감정적 서사로 엮이는 구조를 만든다.

결국 'Paris je t'aime'는 도시 그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재편한 세계관 디자인 전략의 대표 사례로서, 파리라는 도시가 어떻게 정서적 맥락 안에서 다시 설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 모먼트'(AlUla Moments) 프로젝트는 중동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혁신적 시도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말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우디 비전 2030 전략의 핵심 일환으로서, 알울라 지역을 세계적 수준의 문화관광 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핵심 전략 사업이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알울라는 수천 년 전부터 무역과 문명의 중심지였던 고대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풍부한 역사와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알울라 모먼트'는 이 문화유산을 관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이 고대의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몰입형 플랫폼이다.

방문자는 인공지능(AI) 큐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감정 상태, 관심사, 체류 시간 등에 맞춘 개인화된 여행 경로를 제공받게 된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가상 유적 해설, 대화형 미션, 음악·조명·공연이 결합한 야간 몰입형 콘텐츠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주요 체험 요소로는 'Winter at Tantora'와 같은 계절형 페스티벌, 오아시스 기반 전통 체험, 별 관측 투어 등이 있으며, 이 모든 콘텐츠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 설계된다.

이 플랫폼은 고대 문명과 첨단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감정을 중심에 둔 세계관 형 관광 설계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알울라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 for AlUla·RCU)는 Adobe Experience Cloud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방문객은 고급 호텔, 이벤트, 투어, 체험 행사 등을 사전에 예약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알울라 모먼트 플랫폼
사진 출처 : 알울라 왕립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그뿐만 아니라, 샤란 자연 보호구역(Sharaan Nature Reserve)에서는 AI 기술을 적용한 생태 복원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드론 이미지 분석을 통한 원격 감지, 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 모델링, AI 센서를 통한 자동화된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복원된 서식지의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관광과 생태적 감수성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알울라 모먼트는 AI 기반 큐레이션과 감정 설계, 생태 복원 전략을 결합해 관광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

방문자는 관광의 감흥이 아닌 이야기의 일부가 돼 장소와 감정을 동시에 내면화하는 정서적 참여를 경험하게 된다.

관광이 장소의 '재현'이나 '경험'을 넘어, '정서적 몰입'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관은 도시와 장소를 하나의 서사 구조로 재해석하고, 감정 중심의 체험 설계로 확장하는 중요한 프레임이 되고 있다.

◇ 기술과 감정이 만나는 지점: 세계관 기반 사용자 경험(UX) 세계관 기반 UX는 기술과 감정, 데이터와 내러티브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경험 설계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감정 흐름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정서적 여정을 설계한다.

AI는 이러한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조정하는 동적 협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재구성과 실시간 반응형 콘텐츠 설계는 감정 몰입형 경험의 본질을 구성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팬이 참여하는 K-컬처 세계관 콘텐츠는 감정 기반 양방향 경험 설계를 통해 장소 체험이 아닌, 사용자가 이야기 속 인물로 기능할 수 있는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

기술이 감정 흐름과 결합해 정체성, 감성, 기억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참여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UX 전략은 도시 브랜딩, 관광 콘텐츠, 문화 체험 전반에서 정서적 설계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결국 디자이너는 감정의 흐름을 설계하고, 기술을 통해 사용자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감성 전략가로서 세계관 UX를 함께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한마디로 멋진 신세계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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