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재개 기대감 솔솔…개성공단·금강산 관광 기업들은

기업들, 대북 사업비 손상처리…"물품 반출·무단가동 소문만 들어""오래 중단돼 기대감 낮아져…장점 많아 사업재개 땐 시설 재단장"
강애란

입력 : 2025.06.15 06:15:00


훼손 진행 중인 개성공단지원센터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지난 5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시 충격으로 파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과거 모습과 달리 뼈대를 드러낸 채 방치되어 있다.2025.5.2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차민지 기자 = 새 정부 들어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증시와 산업계에서 개성공단 가동 재개나 기업들의 경제협력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며 대북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미 대화 재개를 시도할 조짐을 보인다.

과거 개성공단 기업이나 금강산 관광, 남북 경협을 추진하던 기업들은 오랜 기간 사업 중단으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다만 남북 경협 사업이 노동력과 언어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며 사업 재개가 추진되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 사업 재개를 위해선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공단 소식은 뉴스로 들어"…공단·관광 시설은 과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지난 2016년 강제 퇴거 이후 뉴스로만 공단 관련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이후에는 공장 내부 상태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공단 입주기업의 인허가와 출·입경, 노무, 시설관리 등을 지원하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하 개성공단지원재단)도 지난해 3월 해산했다.

입주기업 지원업무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위탁한 상태다.

금강산 관광지구의 경우 정부가 지난 2월 금강산에 남아있는 사실상 마지막 남측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북한은 지난 2022년부터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 호텔과 금강산 문화회관, 온정각 동·서관, 구룡빌리지 등을 철거 또는 해체했다.

아난티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물도 지난해 12월 철거 중으로 확인됐다.

금강산 관광 엽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지난 5월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에 금강산 관광엽서가 전시되고 있다.2025.5.27 mjkang@yna.co.kr

◇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기업들, 대북사업 손실 처리 대부분 기업은 개성공단 관련 손실분을 회계에 반영했다.

정부의 경협보험금과 피해지원금이 지급됐지만 일부 손실은 개별 기업들이 떠안았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의류회사 신원[009270]은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난 2016년 6월 말 개성공단 사업 관련 비용 257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이후 193억원 규모의 보험금과 지원금을 수령했다.

쿠쿠홀딩스[192400](옛 쿠쿠전자 투자사업부문)도 쿠쿠전자 개성법인의 장기대여금, 임가공을 위해 보관 중이던 원재료, 반제품, 제품 등을 모두 손실로 처리했고 쿠쿠전자 개성법인을 종속기업에서 제외했다.

쿠쿠홀딩스 관계자는 15일 "당시 공장, 생산라인 설비, 재고, 자재, 차량 등 고정자산과 재산 모두 손실을 봤으나 급히 쫓겨나는 바람에 정확히 파악이 어려웠다"며 "정부 지원금과 보험금 수령 등을 포함해 피해 금액의 80∼90% 정도를 보상받은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기업들도 오랜 기간 사업이 중단되면서 회계에 손실을 반영했다.

현대아산은 지난 2020년 회계상 금강산 사업비를 손상 처리했다.

아난티도 금강산 관련 유형자산 504억원을 지난 2022년 손실 처리했다.

◇ 기대감 낮아졌지만…"장점 많고 재개땐 시설 재단장 가능" 일단 기업들은 오랜 기간 사업이 중단된 탓에 남북경협 재개에 낮은 기대감을 보였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제조 기반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두고 온 시설이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다"며 "지금 개성공단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북한이 기계들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다는 얘기도 있고, 시설을 가동한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확인된 적은 없다"며 "현실적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적막한 개성공단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지난해 6월 2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너머로 개성공단 일대가 적막하다.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개성공단 안에 건물을 새로 짓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2024.6.25 andphotodo@yna.co.kr

그러나 저렴한 인건비와 동일한 언어 사용 등의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경협 재개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 회장은 "북한 사람들이 성실하고 손재주가 뛰어나다.

우리와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며 "단점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에 만약 재가동한다면 다시 들어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협 기업 관계자는 "사업이 재개되면 시설은 리뉴얼(재단장)하면 되고, 회계상 손상 처리한 사업비도 다시 환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현재로선 기업들이 당장 사업 재개를 추진하기에는 시기상조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철도와 도로 등을 북한이 해체해 당장 경협 재개가 쉽지는 않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이 한국을 바라보는 스탠스(기조)가 바뀔 수 있다"며 "우리 정부 차원의 끊임없는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eran@yna.co.kr, chach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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