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세계 6위 강대국 한국"…진짜인가 허상인가

미국 매체 설문 기반 인식 조사 결과…한국, 수출·군사력서 호평객관적 수치와 일부 차이 존재…각종 조사선 한국 국력 10위권 내외
박형빈

입력 : 2025.06.18 06:55:01


세계 강대국 순위 50위 이미지
[SNS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애국심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이 국제 평가에서 세계 상위권에 올랐다는 소식은 큰 자부심을 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에서 "한국이 세계 강대국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 확산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경제·문화·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이룬 성과는 분명하지만, 강대국으로 여겨지는 프랑스, 일본마저 앞질렀다는 점은 이례적이었다.

그렇다면 이 순위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해당 순위를 발표한 미국 매체의 조사 방식과 세부 기준을 따져보고 다른 국가 영향력 지표들과 비교 검증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 매체가 한국을 세계 6위 강대국으로 평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순위는 객관적 지표가 아닌 글로벌 인식을 반영한 설문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수출력과 군사력 등 일부 항목에서 한국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전통 강대국인 일본과 프랑스보다 앞섰다는 해석은 평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기관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력을 정의하고 순위를 매기는 만큼, 특정 지표만을 근거로 국가의 위상을 단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각종 기관의 평가 자료를 종합해 볼 때 한국의 국력은 세계 10위권 내외 정도로 보면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 '국력'…지표마다 다르게 정의되는 강대국의 조건 '국력' 또는 '강대국(powerful country)'이라는 개념은 사용하는 기관이나 목적에 따라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군사력과 경제력 중심의 물리적 능력을 국력의 핵심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기술력, 외교력, 문화적 영향력까지 포괄하는 복합 국력(CNP)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미국 시사 매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이하 US뉴스)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Most Powerful Countries)' 순위는 국가에 대한 글로벌 인식을 반영한 설문 기반 평가지표로, 지도자 이미지나 동맹 관계 등 대외 이미지 중심의 소프트 파워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다.



세계 최강 미군 항공모함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미국의 핵(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칼빈슨함은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으로 길이 333m, 폭 76.4m 규모다.이 항모에는 슈퍼호넷 전투기(F/A-18), 호크아이 조기경보기(E-2C), 대잠수함기(S-3A) 등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2023.11.21

반면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아시아 파워 인덱스'는 군사력·경제력·외교력 등 객관적 수치를 정량 분석해 국력을 평가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가 제시한 국력 지표는 시스템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교육 수준 등까지 포괄하며 '국가 권력의 흥망'을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국가의 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국력 순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기관은 국내총생산(GDP)과 국방비처럼 눈에 보이는 수치를 중시하고, 어떤 평가는 전 세계인들이 해당 국가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를 중심에 둔다.

한 국가가 군사력은 강하지만 문화적 신뢰도나 정책 투명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종합 순위는 하락할 수 있다.

◇ 미국 매체 설문 기반 인식 조사…한국, 수출·군사력서 높은 평가 한국이 세계 강대국 6위에 올랐다는 내용은 US뉴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US뉴스는 매년 여행, 교육, 건강,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 매체가 집계한 '강력한 국가' 순위에서 1위는 미국(100점), 2위는 중국(95.8점), 3위는 러시아(91.0점)였고, 영국(83.3점), 독일(81.0점), 한국(64.3점), 프랑스(63.1점), 일본(62.9점), 사우디아라비아(56.6점), 이스라엘(56.2점) 순이었다.

이 순위는 US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최고의 국가'(Best Countries) 보고서의 하위 항목 중 하나로 지도자, 경제적 영향력, 수출, 정치적 영향력, 국제 동맹, 군사력 등 여섯 가지 항목으로 국력을 평가했다.

한국의 국력 평가 세부 지표
[US뉴스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6위를 기록한 한국은 세부 항목별로 100점 만점에 지도자 22.1점, 경제적 영향력 83.8점, 수출 89.4점, 정치적 영향력 40.2점, 국제 동맹 61.9점, 군사력 87.8점을 받았다.

프랑스는 지도자(37.1점), 경제적 영향력(90.0점), 정치적 영향력(72.8점), 국제 동맹(88.0점) 등에서 한국보다 앞섰지만, 수출(48.9점)과 군사력(44.7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종합 순위에서 한국에 밀렸다.

일본 역시 지도자(46.1점), 경제적 영향력(94.8점), 정치적 영향력(43.9점), 국제 동맹(74.1점) 등에서는 우위였지만 군사력(30.3점)과 수출(84.5점)에서 한국에 뒤처졌다.

한국은 분단국이라는 특성상 재래식 무기 보유량이 많아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제외할 경우 군사력이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러한 순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US뉴스는 글로벌 마케팅 기업 WPP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협력 아래 세계 36개국 1만6천9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응답자의 인식을 바탕으로 각 항목을 점수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종합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지만, 객관적인 통계나 실측 데이터를 직접 반영한 원자료는 공개돼 있지 않다.

세계인이 특정 국가를 떠올렸을 때 갖는 이미지를 수치화한 '인식 평가'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GDP나 군사비 등 수치로 입증된 국력과는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상위 항목인 '세계 최고의 국가' 순위에서는 1위 스위스, 2위 일본, 3위 미국, 4위 캐나다, 5위 호주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8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는 삶의 질, 기업환경, 교육, 문화적 영향력, 부패 인식 등 10개 분야를 종합해 평가한 것으로, 한국은 특히 모험심(51위), 사업 개방성(70위), 사회적 목표(42위) 항목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세금, 동물권, 환경 보호, 인권 등 낮은 하위 지표가 평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각종 조사에선 한국 국력 세계 10위권 내외 평가 받아 결국 '강력함' 또는 '강대국'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은 다양한 조사에서 세계 10위권 내외의 강국으로 평가받는 점은 사실이다.

레이 달리오가 분석한 '강대국 지표 2024'에서는 한국이 미국, 중국, 유로존, 독일, 일본에 이어 6위에 올랐다.

인도,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순위는 GDP, 무역 지수, 교육, 군사력 등을 포함한 8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역시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결과지만, 1·2위인 미국과 중국은 국가의 힘이 개인보다 강한 반면 한국은 국가보다 개인의 힘이 더 높게 평가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가 순위 11위인 싱가포르가 1위였다.

영국의 글로벌 브랜드 평가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가 유엔(UN) 193개국 17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는 한국을 지난해보다 3단계 오른 12위로 평가했다.

1위부터 10위는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이었다.

이 조사는 사업·무역, 국제관계, 교육·과학, 문화 등 8개 분야 35개 하위 분야로 평가했는데, 한국에 대해 "첨단 기술과 혁신, 첨단 과학과 같은 특징이 성과를 부각한다"고 했다.

또 "K팝과 호평받은 영화 및 TV 프로그램의 세계적인 성공은 예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며 국제적인 위상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도식화한 아시아-태평양 국가 국력
[로위 연구소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로위 연구소'가 발표하는 '아시아 파워 인덱스'는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 문화적 영향력, 회복력 등 총 8개 분야를 수치화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국력을 비교한 지표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미국(81.7점), 중국(72.7점)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인도(39.1점), 일본(38.9점), 호주(31.9점), 러시아(31.1점), 한국(31.0점), 싱가포르(26.4점) 순이었다.

이 조사는 응답자 인식이 아니라 공공 데이터와 문헌,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인 분석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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