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54)영국 이 물고기 풀어놨더니…빅토리아 호수 쑥대밭

성도현

입력 : 2025.06.23 07:00:04


나일 농어
[플리커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담수호인 빅토리아 호수는 '동아프리카의 젖줄'로 통한다.

이집트로 이어지는 나일강 상류 백나일의 수원인 빅토리아 호수는 한반도 면적의 3분의 1, 서울 면적의 113배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에 걸쳐 있다.

원래 반투어로 '호수'를 뜻하는 니안자로 불렸으나 1858년 영국 탐험가 존 해닝 스피크가 이 호수를 발견한 뒤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해 현재 이름을 붙였다.

아프리카 대륙 최대의 어장으로 풍부한 수산자원을 보유해 인근 어민의 생계와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어업 관련 일에 종사하는 인구만 3천만명이 넘는다.

어민들의 가장 큰 소득원은 호수에 서식하는 대표 어종 '나일 농어'(Nile Perch)다.

주로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돼 유럽인들의 식탁에 오른다.

빅토리아 호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나일 농어는 과거 영국이 식민지 시절 빅토리아 호수의 생태계를 파괴한 사례로 언급될 때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등장한다.

빅토리아 호수에는 열대어의 한 종류인 '시클리드'가 서식했다.

1만5천년 전에 등장한 뒤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 1천500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빅토리아 호수에만 300종 이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950년대 영국은 시클리드의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대형 육식성 물고기인 나일 농어를 들여왔다.

나일 농어는 몸길이 2m에 몸무게가 200kg이나 나가며 맛도 좋아 상업성이 있었다.

당시 영국 내에서도 생태적인 이유로 찬반 논란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찬성 의견이 많아 어린 나일 농어들이 빅토리아 호수에 대거 투입됐다.

빅토리아 호수
[유엔환경계획(UNEP)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호수 전역으로 퍼져나간 나일 농어가 시클리드를 잡아먹으면서 시클리드의 개체 수는 급감했다.

초식성 시클리드가 줄어들면서 조류와 수초가 번성했고, 수중 산소농도가 낮아져 호수 내 어류 개체수도 감소했다.

물의 부영양화 문제도 발생해 호수의 오염이 심각해졌다.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육식성 시클리드의 개체수도 줄자 상대적으로 모기가 번성해 말라리아 피해도 커졌다.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나일 농어는 먹잇감이 줄자 서로를 잡아먹기도 해 결과적으로 나일 농어의 개체수도 감소했다.

과거보다 나일 농어 어업 역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호수 인근 국가들과 유엔, 환경단체 등은 호수 생태계 복원을 위해 각종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나일 농어가 들어오기 전의 상태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raphael@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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