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신주발행 무효' 판결에…영풍 "환영"·고려아연 "항소"

영풍 "기존 주주 모두 피해자…사과하고 피해 회복 위한 책임 져야"고려아연 "기술적 이유로 패소…항소심서 정관 취지 등 상세히 소명"당장 지분변화 없어 분쟁 영향 제한적…"현대차-고려아연 협력 축소 가능성"
김동규

입력 : 2025.06.27 13:58:36


고려아연 CI·영풍 CI
[고려아연·영풍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 분쟁 초기에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의 적법성을 놓고 다툰 소송 1심에서 27일 영풍이 승소했다.

영풍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 "기존 주주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고 날을 세웠고, 고려아연은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항소 방침을 밝힘에 따라 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 현재 경영권 분쟁 판도에는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3년 8월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인 HMG 글로벌에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 104만5천430주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 측은 고려아연의 지분 약 5%를 보유하게 됐다.

고려아연은 정관에 '회사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외국의 합작법인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한 신주 발행이었다.

그러나 영풍은 이 같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위법하다며 지난해 3월 법원에 신주발행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영풍은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 발행을 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해당 신주의 발행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및 확대라는 사적 편익을 도모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소송은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하던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갈등이 물밑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들어가는 신호탄이 됐다.

고려아연 본사 로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판결 직후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원고 승소 판결에 환영한다"며 "경영 대리인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회사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무효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은 "최 회장과 경영진은 위법한 신주 발행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당사자와 고려아연에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모든 주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구하는 항소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재판부가 정관에 나와 있는 '외국의 합작법인' 부분에 있어 기술적인 이유로 정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항소심에서 정관 제정 취지와 의미를 보다 상세히 소명하고, 그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이날 영풍 승소로 판결하면서 고려아연의 주장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HMG 글로벌에 출자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합작법인'에 해당하지 않아 정관을 위반했다고 봤으나 이번 제3자 신주 발행이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인정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신주 발행을 했다는 영풍의 주장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배척했다.

제51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판결이 당장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법원 최종심 확정 전까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지분에 변화가 없고, 현대차그룹도 이번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직후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을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양사가 사업 제휴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에 현대차 본부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는 등 긴밀히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분쟁 중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불참하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 중립을 지켜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원 판결이 확정되고 현대차그룹의 고려아연 지분이 모두 없어지면 양사 간 제휴·협력 관계도 느슨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dkkim@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6.28 01:44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