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한·중 관계 개선'에 중국 시장 실적 기대감 커져 美·유럽 등 수출지역 다변화 아모레퍼시픽·코스맥스 밸류업지수에 편입되기도
"한국 화장품 수출이 중동에서 급성장 중이다. 전쟁이 잠잠해지면서 K뷰티는 더 힘을 받을 것이니 매수에 부담이 없다." 지난 24일 만난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과 펀드매니저들은 이같이 말하면서 "최근 많이 오른 종목보다는 그동안 눌려 있다가 향후 실적 전망이 좋은 화장품주가 저가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수그러들면서 국내 증시에 '안도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그 중심에 화장품주가 있다. 증권가에선 K뷰티는 기존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건재한 데다 미국·중동·유럽 모두에서 사랑받고 있어 실적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 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는 최근 밸류업 지수 첫 정기 변경에서 신규로 들어갔다. 그만큼 수익성과 주주환원이 좋다는 뜻이다. 밸류업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종목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발표한다.
이처럼 화장품 업종은 그동안의 악재가 대부분 호재로 변화하고 있다. '사드 악재'에 따른 중국과의 긴장 관계와 1995년 이후 태어난 '95허우' 세대의 출현은 K뷰티의 성장성을 가로막았다. 중국 95허우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특징을 지녔다.
K뷰티 '투톱'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주가는 2021년 여름에 고점을 형성한 후 4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뼈를 깎는 사업 구조조정의 기간으로 삼아왔다. 중국 비중을 드라마틱하게 줄이는 대신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판로를 넓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 K뷰티의 화장품 수출액은 38억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중동이 무려 62%나 성장했다. 중동에서 흥한 것은 국내 화장품의 뛰어난 품질과 SNS를 통한 홍보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다.
중국은 여전히 주요 수출국인 만큼 이들의 소비가 중요했다. 최근 끝난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행사 '6·18'에서 소매판매액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이는 중국 소비가 살아나고 있으며 결국 K뷰티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각종 호재에 대형 상장사의 실적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 2분기(4~6월) 예상 매출은 1조173억원이다. 작년 2분기 대비 12.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18배 급증한 77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상장사는 가장 극적인 지역별 구조조정으로 올해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중화권 매출 비중이 16.3%로 해외 지역 중 가장 높았다. 미국 등 서구권은 11.5%였다. 그러나 올 1분기 서구권이 19.9%로 올라섰고, 중화권이 12.4%로 내려왔다. 올 들어 지난 6월 24일까지 주가가 40.9%나 오른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된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14% 올랐다. LG생활건강 해외사업에선 여전히 중국 비중(12%)이 가장 높은 가운데 최근 1년 새 일본 매출 비중이 5%에서 7%로 상승했다. 트럼프 시대에 맞춰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어 앞으로가 주목된다는 의견이다. 최근 LG생활건강은 북미법인의 186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K뷰티 재성장의 진정한 수혜주는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선 똘똘한 ODM 업체의 물건을 받아 고급 브랜드 업체나 유명인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이는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국내 ODM 업체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
양대 산맥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다. 한국콜마의 2분기 예상 이익은 805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770억원)보다 낫다. 한국콜마의 이번 분기 이익은 1년 새 12.2% 증가했다. 향후 12개월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4.9배로,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코스맥스의 2분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13억원, 636억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8.1%, 36.1%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맥스의 주가는 올 들어 24일까지 97%나 급등해 거의 2배 올랐다.
잘나가는 두 ODM 업체에 대한 투자 걸림돌은 '가족경영'에서 나오는 불안감이다. 한국콜마의 경우 윤동한 그룹 회장의 2세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간 다툼이 발생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여동생(윤여원 대표) 회사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려는 것이 윤 대표 입장에선 경영 간섭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맥스는 '긴장 속의 경영'을 지속 중이다. 그룹 내 지분율만 보면 경영 다툼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율에선 장남 이병만 대표가 19.95%, 차남 이병주 대표가 10.52%다. 그러나 차남이 대주주로 있는 코스엠앤엠이 지주사 지분 9.43%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두 형제의 지분은 엇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