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헤드셋 올해 출시 공식화한 삼성…스마트 안경은 내년 공개 가닥구글 AI 업고 XR 경쟁서 우위 설까…스마트 안경 발전도 관전 요소
조성미
입력 : 2025.07.13 07:03:01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구글과 프로젝트명 '무한'으로 연내 출시를 선언한 확장 현실(XR) 헤드셋은 두 회사가 개발한 확장 현실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XR'이 적용되는 첫 번째 기기가 된다.
삼성과 구글을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무한' 헤드셋을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XR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인데, 개방 생태계 시너지에 구글의 인공지능(AI) 역량이 결합하면 XR 경쟁에서 애플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 삼성과 스마트안경 개발 '깜짝' 발표 (마운틴뷰[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I/O)에서 샤람 이자디 구글 안드로이드 XR 부사장이 삼성전자와 협업한 구글의 스마트 안경을 소개하고 있다.2025.5.21 taejong75@yna.co.kr
◇ 삼성 XR 헤드셋 먼저 나온다…"진검승부는 스마트 안경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폴더블폰 신작 발표회에서 XR 헤드셋의 연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무한' 헤드셋만 일단 내놓고 프로젝트명 '해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 안경은 내년에 공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스마트 안경은 무게 50그램에 155mAh(밀리암페어)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먼저 출시될 헤드셋은 애플이 2023년 발표한 헤드셋 비전프로와 비슷한 외양과 성능을 갖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비전프로가 600그램이 넘는 무게로 인한 착용 피로감, 500만원에 달하는 가격 부담 등으로 흥행에 부진했는데 삼성전자가 이를 답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업계에 존재한다.
다만 삼성과 구글이 프로젝트 무한을 통해 노리는 것은 헤드셋 자체의 성공이 아니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헤드셋을 안드로이드 XR이 적용되는 첫 번째 기기로 삼아 가능성을 확인하고 내년 공개를 준비 중인 스마트 안경으로 빠르게 XR 경쟁에서의 다음 스텝을 밟는다는 것이 삼성과 구글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무한 헤드셋은 XR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첫 단추가 되는 셈이고 삼성과 구글이 진검승부를 보려는 제품은 스마트 안경이라는 이야기다.
오사카 엑스포서 공개된 삼성전자 프로젝트 무한 헤드셋 (오사카=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의 날' 부대 행사로 열린 '우수 한국 상품전'에 삼성전자와 구글이 개발 중인 확장현실(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이 전시돼 있다.2025.5.14 cha@yna.co.kr
◇ 한국 시장, 안드로이드 XR 콘텐츠 시험대로 무한 헤드셋을 연내 내놓고 이용자 관심을 끌려면 확장 현실용 콘텐츠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2차원(2D) 기반인 스마트폰, PC용 콘텐츠도 헤드셋 속 화면에 띄워 사용할 수야 있지만, XR 기기를 구매할 유인을 주기 위해서는 XR 전용 실감 몰입형 콘텐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구글 측은 XR 콘텐츠 개발을 위해 국내 콘텐츠·IT업계와 활발히 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서비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기존 2D 환경에서 운용되는 서비스 업계뿐 아니라 게임업계 등 실감 몰입형 콘텐츠가 더욱 강점을 발휘할 분야와 XR 전용 콘텐츠 제작과 배포를 두고 활발히 소통 중이라는 전언이다.
구글에는 삼성 헤드셋을 시발점으로 안드로이드 XR 생태계를 안착시키면 엑스리얼, 레노버 등 중국 회사를 중심으로 한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들로 확산할 수 있다.
가령, XR용 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전용 앱을 언어만 바꿔 다른 나라에서도 출시하는 구조가 되는 것인데, 관련 콘텐츠가 워낙 희귀한 XR 시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 제조업계 관계자는 "개방된 생태계를 갖춘 데다 경쟁사 애플보다 구글의 AI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XR 경쟁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스마트 안경 경쟁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향방이 가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안드로이드 XR이 처음으로 활용되는 기회를 국내 콘텐츠 업계가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글로벌 진출에서 유리한 고지가 확보될 것"이라며 아직 척박한 수준인 XR 전용 콘텐츠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을 주문했다.
AI 스마트 안경 산업을 이루는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관광·헬스케어 분야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수 목적 기기를 개발·제조하는 특화 생태계도 함께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안드로이드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 살펴보는 관람객들 (서울=연합뉴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 개막을 맞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최초의 안드로이드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을 살펴보고 있다.2025.3.3 [삼성전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알' 없는 스마트 안경…'AI 안경' 프로토타입 될까 스마트 안경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기로도 주목받는다.
하지만 한계는 아직 있다.
메타가 스마트 안경에 10년 가까이 공을 들이고도 아직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디스플레이 구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안구와 안경 표면의 거리가 가까운 탓에 표면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화면을 띄울 수 있는 광학 기술이 현재로선 확보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기술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안경테가 두껍고 무거워지는 등 스마트 안경이 대중적인 기기가 되는 길은 멀어 보였다.
하지만, AI가 출현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해소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안경 표면을 통해 무언가를 보이게 하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아예 없애는 시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력 제조사들은 이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 안경에 달린 카메라가 AI의 눈 역할을 하며 실물 세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한 정보를 사람에게 음성으로 전달하면 굳이 화면이 없어도 스마트 안경이 유용할 수 있다는 발상이 검토되고 있다.
가령, 길 안내를 할 때 안경 표면에 지도 이미지 등을 띄우지 않고도 AI가 음성으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스마트 안경도 초기에는 화면이 없는 'AI 안경'으로 출시됐다가 안경알이 한 개만 있는 단안 안경에서 양안 안경으로 광학 기술 발전에 따라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를 없애 테 두께, 무게 등에서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한 스마트 안경에는 기존 안경 제조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레이밴은 메타, 젠틀몬스터는 삼성전자와 스마트 안경 시장 진출에 협업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