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한 부친 퇴원 직후 아파트 증여 계약…법원 "무효"

"건강 상태 취약한 시점 이용…작성 경위, 내용 등 반사회적"
류수현

입력 : 2025.07.13 10:00:04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자녀들이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아버지를 곧장 찾아가 재산을 증여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4부(문현호 부장판사)는 원고 A씨 등 3명이 부친 B씨를 상대로 낸 '증여 계약에 따른 금원 지급'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부친이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 12시간 동안 안정과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자녀들로부터 재산 증여 계약 요구를 받았고 새벽 1시경 이 사건 증여 계약서에 날인을 한 점을 고려하면 자녀들은 부친의 건강 상태가 취약한 시점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증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계약은 작성 경위, 내용 등을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자녀가 부모의 재산 명세를 확인하고 차명 재산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을 통해 재산 조사가 이루어진 점에 비춰보더라도 부친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증여계약 체결 과정에서 자식으로서 도리를 벗어난 원고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부친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 등 자녀들은 2023년 4월경 B씨에게 2023년 7월 10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매도한 뒤 매도 금액을 자녀들에게 즉시 증여하고 차명 재산 등 그 외 재산이 1원이라도 있을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일주일 내에 전 재산을 증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증여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들은 "부친이 먼저 증여 계약에 대해 서면으로 남기자고 제안해 증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계약 동기는 부친이 사망한 모친의 상속 재산이 포함된 해당 아파트에서 내연녀와 동거하고 있어 아파트 매매 대금이 이들에게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해 절대 안정이 필요한 자신에게 집요하게 증여를 요구해 불가피하게 이 사건 증여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이 사건 증여 계약은 의사 무능력 상태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라고 반박했다.

you@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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